[단독] 배민 "수수료 안 올린다" 공언했지만..매각계약서엔 조항 없어

최민영 2020. 1. 8. 18: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시장 2·3위 업체 운영사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함께 쓴 주식매매계약서에는 디에이치가 지분 인수 뒤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우아한형제들과 이 회사의 경영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광고비와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도 해당 내용이 지분 인수 계약서에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H와 구두약속 그쳐 자영업자 불안
"배달 외 다른 산업서도 플랫폼 독과점 가능성"
그래픽_김승미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시장 2·3위 업체 운영사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함께 쓴 주식매매계약서에는 디에이치가 지분 인수 뒤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우아한형제들과 이 회사의 경영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광고비와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도 해당 내용이 지분 인수 계약서에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디에이치가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매입하고, 이 회사 경영진이 들고 있는 잔여 지분 13%는 디에이치 본사 지분으로 교환하는 내용이 담긴 주식매매계약서에는 수수료와 광고료 인상과 관련한 단서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달 13일 주식 거래 사실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계약 과정에서 배민이 경영 원칙을 밝혔고, 디에이치 쪽도 이에 공감하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양쪽 경영진 간의 구두 약속만 있었다는 뜻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쪽은 주식 매각 사실 공개 이후 잇따라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 우려가 불거지자 여러 차례 “인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김범준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진 대표도 지난 1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 처음으로 내건 조건이 ‘수수료나 광고비를 올리지 않는다’였다. 디에이치 쪽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속이 계약서에 담기지 않은 사실을 전해 들은 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김경무 대표위원은 “계약서를 써도 파기하는 세상에 구두계약을 믿으라는 게 말이 되냐. 배민과 요기요가 시장을 양분하면서 서로 눈치를 봤는데 (이번 주식 거래로) 같은 회사가 되었으니 수수료와 광고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은 합리적 의심이 아닌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위원은 “설령 당분간은 정책에 변화가 없더라도 일정 시점이 지나면 투자비 회수에 나설 텐데 이때 수수료와 광고료가 올라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홍근 의원도 “구속력 없는 구두 약속으로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거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수수료 인상 외에도 배달료 인상과 소비자 할인 정책 축소 등과 관련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을지로위원회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에이치 쪽이 이른 시일 내에 수수료·광고비 인상에 나설 여지는 크지 않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지분 거래 허가 여부를 따지는 잣대로 경쟁 제한성과 함께 ‘소비자 편익’을 제시하고 있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팀장은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고객인데 이들한테 피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은 우리로서도 부담스럽다. 디에이치 쪽도 이런 우려를 알기에 (수수료 등) 비용을 올리지 않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