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10여명 휴대폰 털렸다.. 해커들 "10억원 내놔라"

표태준 기자 2020. 1. 9.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자·사진 저장된 클라우드 계정·비번 알아내 자료 내려받아
주진모 등 유명 배우·가수·셰프 등 피해.. 모두 삼성 폰 사용
문자 메시지로 사진·동영상 보내 협박, 이미 돈 건넨 아이돌 가수도
주진모

배우 주진모 등 국내 유명 연예인 다수가 해커로부터 "당신 스마트폰에 담겼던 정보를 퍼뜨리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과 동영상, 문자 메시지 등이 유출됐다. 해커가 입수한 정보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기기 분실이나 교체 등에 대비해 '클라우드(cloud·가상 저장 공간)'에 저장해둔 정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용한 비밀번호를 알아내 클라우드를 열어본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일 배우 주씨 등 여러 연예인의 스마트폰 해킹 및 협박 피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주진모의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주씨가 사용하는 개인 스마트폰이 해킹돼 '개인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며 "해커들이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주씨가 동료 배우와 나눈 문자 메시지 등 일부가 해커에 의해 유출된 상황이다.

인터넷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주씨뿐 아니라 유명 배우와 가수, 셰프 10여명도 스스로를 '블랙해커'라 칭하는 이들로부터 스마트폰이 해킹돼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커는 먼저 '맛보기' 형식으로 지극히 사적인 내용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낸 뒤 5000만~1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생활 유출을 막으려 이미 해커들에게 돈을 건넨 아이돌 가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는 해커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일부가 언론사에 전달됐다.

경찰은 해커들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커들이 피해자들에게 협박용으로 보여준 정보가, 해당 인물들이 휴대전화 교체 등을 위해 과거 클라우드에 저장해둔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은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교체할 때 기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모조리 클라우드 서버로 보낸 뒤, 새 휴대전화기에 내려받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새 휴대전화에서도 기존 기기에 담긴 정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시스템은 이용자가 추가적인 보안 강화 설정을 하지 않는 한, 단 하나의 비밀번호로 접속이 가능하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피해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보안이 허술한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계정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해킹한 뒤, 클라우드 시스템에 입력해본 것으로 추정한다. 많은 사람이 하나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여러 서비스에서 똑같이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거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아이폰 해킹 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2014년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아이폰을 이용했던 제니퍼 로런스 등 유명 배우들이 스마트폰을 해킹당해 사생활이 담긴 사진 등을 유출당했다. 이들 역시 애플의 가상 저장 공간 '아이클라우드'의 계정과 비밀번호가 유출돼 해킹당했다. 당시 해커는 구글이나 애플 관리자를 사칭하며 연예인들에게 로그인 정보를 문의하는 위장 메일을 보내 계정과 비밀번호를 탈취했다.

이번 사건이 중국 등 해외 해커의 소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협박 메시지에는 '직접'을 '집적'이라고 적거나, '안된다'를 '않된다'라고 적는 등 똑같은 오타가 반복해서 발견되고 있어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