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동호 불출마 대가? 동생은 회계사·법학박사 제쳤다

박해리 2020. 1.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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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주요 당사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동생 임모씨가 공공기관 상임감사직에 임명된 과정이 형의 울산시장 불출마 결정과 관련 있는 보은(報恩) 인사 아니냐는 주장이 8일 자유한국당에 의해 제기됐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말 한국당이 "2018년 당시 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후보에게 단독공천을 주기 위해 청와대 측 인사(임종석·조국·한병도 등)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고 그 대가로 직위를 제안받았다"(곽상도 의원)며 검찰에 고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임 전 최고위원이 울산시장 경선 불출마 대가로 동생 임씨가 채용 혜택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임씨는 2018년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9일 만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경선포기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한국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주광덕 의원이 공개한 2018년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 채용 관련 서류 등에 따르면, 공단은 2018년 1~2월 상임감사 채용 공고 및 서류 전형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 임씨를 포함해 총 14명이 응모했고 그 중 7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이어 실시한 임원추천위 면접을 통해 5명이 최종 추천됐다. 이후 임씨는 공공기관 운영위 심의 및 의결,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 등의 과정을 거쳐 2018년 6월 문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임명됐다. 14대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주 의원은 "임씨가 임명된 자리는 공단의 재무·회계에 대한 감사(분석 및 모니터링 등)를 하는 상임감사직인데 임씨에 비해 다른 경쟁자들의 스펙이 확연히 좋았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임씨는 형이 대표로 있는 울산의 안전용품업체에서 2005년부터 5년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의료기기 납품업체 대표(2010~2018년)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임 씨 전 상임감사를 지냈던 이들의 경력사항. 맨 아래가 임 씨의 경력사항. [자료 주광덕 한국당 의원실]

임씨가 제출한 지원서를 살펴보면, 자격 및 면허, 어학, 관련 분야 업적, 포상실적 등이 빠져있다. 업적을 기술하는 란에는 '2009년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발생 시에 기업체 및 관공서 관련 사고 대응 교육 및 호흡기 보호구 신속 제공'이라고 적혀 있다. 주 의원은 "업적이 제품을 납품했다는 수준에 지나지 않고 안전교육도 구체적 내용이 없어 신빙성 떨어지는 기술뿐"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어 "임씨와 경쟁하다 탈락한 다른 후보들의 이력서도 확보해 비교분석한 결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지원자 김모씨는 13년간 모 은행 감사부서에 재직했으며 국제공인내부감사사·미국공인회계사 등 면허를 갖췄다. 한국은행 총재 표창도 받았다. 다른 지원자 류모씨는 대기업 감사실에서 10여년 감사 업무를 했다. 반부패경영시스템 심사원 등 면허도 보유했다. 지원자 이모씨는 해양안전 기술직 공무원으로 30여 년 간 근무했으며 법학 분야 박사와 행정사 자격증도 있었다. 차모씨는 은행에서 10여 년 간 감사 역할을 했으며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주 의원은 "탈락한 다른 후보자들은 30여년 안전분야 공무원을 지내거나, 대기업에서 10여년 감사직을 지내는 등 임씨보다 경력조건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인 임 전 최고위원의 울산시장 후보 경선 불출마 결정과 동생 임씨의 채용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정상적 공모절차를 거친 결정"이라고 부인했다. 공단 관계자는 "자격을 갖춘 후보자 중에서 추천위원들이 일부를 추천하고 최종 결정은 정부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왜 서울대가 떨어지고 지방대가 합격했느냐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면접을 상대적으로 잘 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펙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상임감사로 재직 중인 임씨는 8일부터 한 달간 수술 때문에 병가를 낸 상태라고 한다.

본지는 임 전 최고위원과 임씨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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