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는 동물학대 행사" 고발 위기에 놓인 화천군 명물

김한솔·최승현 기자 2020. 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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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
ㆍ“가학적 방식의 맨손잡기
ㆍ수십만마리 오락용 죽음”
ㆍ화천군 “식용 목적 적법”

강원 화천에서 매년 겨울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찾은 참가자들이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산천어를 극심한 고통에 이르다 죽게 하는 맨손잡기 등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며 화천군을 9일 고발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산천어 얼음낚시는 3마리로 숫자가 제한돼 있어요. 그럼 3마리까지 잡는 동안, 처음 잡은 두 마리는 얼음 위에서 아가미를 뻐끔거리면서 질식사하는 거예요. 산천어 맨손잡기를 어떻게 하냐면, 산천어 500~700마리를 풀장에 쫙 풀어요. 그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데, 잘 안 잡히니까 산천어 아가미에다가 손을 쑤셔넣어서 피가 터져요. 죽음에 이르기까지 굉장한 고통에 이르게 하는 거죠.”(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동물을위한행동 등 11개 동물권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9일 강원 화천군의 지역축제인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한다. 산천어축제는 화천군 주최로 매년 겨울 약 3주간 열리는 대규모 지역 행사다. 화천천에 얼음구멍을 뚫어 산천어를 낚는 산천어 얼음낚시, 풀장에서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맨손잡기 등이 체험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 “어류도 고통 느낀다”

단체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 도구로 쓰는 이 축제가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 규정은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무수한 과학 연구들이 어류도 고통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서 “유흥이 아니라 식용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마리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며 “맨손잡기 등은 아이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토종 민물고기인 산천어는 동해 부근의 맑고 찬 강 상류 부근에만 분포한다. 매년 이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들은 모두 전국 각지의 양식장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화천군은 올해도 산천어 190t(약 70만~80만마리)을 공수할 예정인데, 이는 전국 양식장 산천어의 9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맨손잡기 체험 프로그램 등이 ‘동물학대’로 인정받으려면 산천어가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의 범위’에 해당되어야 한다. 이 범위를 규정한 동물보호법 시행령 2조는 산천어 등 어류를 파충류·양서류와 함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다만 여기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김도희 변호사는 8일 “양식되는 산천어 대부분이 ‘축제용’으로 길러지고, 산천어를 ‘체험’하는 것도 식용이라기보다 유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에 포섭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설사 산천어가 동물학대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더라도, 이번 문제제기를 통해 식용 동물을 다루는 데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환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화천군 “위법성 없어”

산천어축제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화천군은 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올해도 예년처럼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등 주요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지역으로 경제개발이 어려운 화천군에서 직접경제유발효과가 1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산천어축제는 가장 큰 관광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에서는 ‘축제 하나로 먹고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최문순 군수는 “식용으로 양식한 산천어를 이용해 이벤트성 축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학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위법성도 없다”며 “대부분의 축제에서 맨손잡기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왜 유독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는지 쉽게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화천군 측은 “산천어가 미끼를 잘 물도록 일부러 장기간 굶긴다는 얘기도 있는데, 트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산천어가 쇼크사할 것이 우려돼 먹이를 조절하는 것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한솔·최승현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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