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포토레지스트..'소부장' 脫일본 속도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불화수소 양산화는 이미 성공
듀폰의 한국 생산시설 투자로
포토레지스트 자립화도 '성큼'
내년부터 국내생산 가능할 듯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이뤄낸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외국산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조달 다변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 핵심 소재다.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기 전 노광(Photo) 공정에서 회로 모양을 그릴 때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등 다른 포토레지스트는 일부 생산 가능하다. 하지만 파장이 각각 248나노미터(㎚)와 198㎚로 길어 EUV용(13.5㎚)보다 미세 공정에 적합하지 못하다. 이 시장은 일본이 90%를 독점하고 있었다.
주도권을 쥔 일본은 수출 전면 규제 이후 '밀당'을 하며 업계를 불안하게 했다. 지난달에는 굳게 잠갔던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 방식으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임시방편일 뿐이며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수출을 옥죌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업계는 일본과 유럽이 합작해 만든 벨기에 업체를 통해 포토레지스트를 우회 수입하며 막혔던 숨통만 겨우 터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 듀폰이 기존 일본 업체를 대신할 새 플레이어로 등장하며 반도체 공급망에는 새 판도가 짜이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직후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듀폰 측과 우선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협상이 원활했던 건 아니었다. 당초 듀폰은 규모가 더 큰 사업장이 있는 싱가포르 내 공장 증설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국내 대기업들이 향후 듀폰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해낸다면 원활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협의까지 주선했다"고 설명했다.
듀폰은 이미 한국에서 유사 관련품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큰 투자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 이점이 있었다. 1998년부터 천안에 2개 공장을 가동하며 반도체 회로기판용 소재·부품을 생산해왔다. 듀폰은 국내에서 기타 분야 포토레지스트인 KrF·ArF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고 있었다. 듀폰 역시 반도체 극소형화 시대에 발맞춰 EUV용 포토레지스트 투자를 검토하고 있던 차여서 한국 측 제안에 구미가 당겼다.
듀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 한국은 소·부·장 자립 3개 미션 중 2가지를 해결하게 됐다. 앞서 고순도 불화수소 가운데 액체형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액)가 국산화돼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조만간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 화학소재 기업인 솔브레인이 충남 공주시에 불산액 공장을 신·증설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남은 미션 하나는 OLED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93.7%에 달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은 현재 자체 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국내 업체들이 개발·양산에 나섰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세계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 양산에 성공하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도 국산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투자 과정에서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인센티브 지원 등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면서 "핵심 소재에 대한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듀폰은 반도체 웨이퍼를 평탄화하는 데 쓰이는 화학기계연마 패드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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