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스타트업 줄줄이 위기.. 소프트뱅크 위상 '흔들'

박원익 기자 2020. 1. 10.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겟어라운드’ 대규모 인력 감축
비전펀드 2호 출자액 축소… ‘성장보다 수익’ 기조 변화 관측도

글로벌 벤처투자업계의 큰 손 소프트뱅크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위워크, 우버, 왜그랩스(Wag Labs), 줌피자(Zume Pizza), 겟어라운드(Getaround) 등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기업 가치 하락, 대규모 감원 등의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의 출자 예정액이 30%가량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소프트뱅크가 일부 스타트업에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term sheet)를 보냈다가 갑작스레 투자를 취소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제기된 ‘스타트업 기업가치 거품론’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겟어라운드’ 직원 4분의 1 해고

10일 더인포메이션 등 실리콘밸리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겟어라운드는 최근 전체 직원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명을 내보내는 대규모 감원을 진행했다.

겟어라운드는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비효율, 비용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장 운영팀, 글로벌 팀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매출이 6배로 늘었지만 비슷한 속도로 늘어난 비용, 효율성 저하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겟어라운드는 이웃의 자가용을 빌려탈 수 있는 P2P(개인 간) 차량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렌터카 업체는 물론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튜로(Turo) 등과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겟어라운드는 지금까지 4억달러(약 46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이 중 3억달러(약 3500억원)가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시리즈 D 투자였다. 겟어라운드는 투자 유치 후 이 자금을 유럽 지역 경쟁사인 드라이비(Drivy) 인수에 몽땅 쏟아부었다. 이익을 내는 것에 앞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선(先)성장 전략'을 펼쳤으나 결과는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로봇 피자 스타트업 ‘줌’도 인력 감축… ‘성장보다 수익’ 기조 변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3억7500만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줌피자(Zume Pizz)’도 비슷한 상황이다. 로봇을 이용해 피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는데, 갑작스레 전체 직원 80%에 해당하는 360명을 해고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 업계에선 위워크(WeWork)의 대규모 투자 손실(154억달러, 약 18조원)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전략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적자를 보더라도 성장에 집중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버, 슬랙 등 비전펀드가 투자한 다른 주요 스타트업들은 상장 후 주가가 20~40%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총 3조4000억원을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쿠팡 역시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성장’보다 ‘수익’을 강조하는 쪽으로 투자 기조를 수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펀드 2호 출자를 망설이면서 펀드 규모가 당초 1080억달러(약 125조원)에서 최대 30%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더인포메이션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주요 스타트업이 해고한 직원 수는 5000명 이상이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미국에서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소프트뱅크가 최근 일부 스타트업에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term sheet)를 보냈다가 갑작스레 취소했다"며 "스타트업 낚시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위워크 창업자가 전용기, 롤스로이스 등을 이용했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며 "위워크 사태 이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다른 스타트업은 정말 괜찮은지에 관한 의구심이 생기자 일부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