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진료비 폭탄에 비명지르는 펫펨족

정동훈 2020. 1. 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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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손민호(35)씨는 반려묘 '루나'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정기검진을 받게 했다.

엑스레이 등 간단한 검사조차 사람보다 훨씬 많은 진료비를 받는 게 적절하냐는 불만이다.

표준 가격 같은 게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정보 불균형 속에서 '진료비 폭탄'에 비명을 지른다.

진료비를 사전에 게시한 곳도 1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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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스케일링에 83만원
표준가격 없어, 편차 최대 80배
진료비 사전 게시한 병원 18% 불과
작년 펫보험 가입률 0.63%
보장범위 제한적, 보험료 비싸
'죽을때까지 키웠다' 12%뿐
최악인 '유기' 악순환 초래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직장인 손민호(35)씨는 반려묘 '루나'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정기검진을 받게 했다. 요로결석ㆍ방광염 등 고양이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진료가 끝나고 손씨는 83만원이 찍힌 명세서를 받아들었다. 검진비가 무려 51만원에 스케일링 비용도 32만원에 달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막상 8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난 뒤 손씨는 "부르는게 값인 반려동물 치료비 탓에 보험에라도 가입해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펫펨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들의 원성이 높다. 엑스레이 등 간단한 검사조차 사람보다 훨씬 많은 진료비를 받는 게 적절하냐는 불만이다. 반려동물의 건강까지 세심히 챙기려는 수요가 커지자 시장은 고가 검진이나 치료 방식을 선보이며 전체적인 의료비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동물을 유기하는 행태로도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펫펨족의 가장 큰 불만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가격 책정 문제다. 표준 가격 같은 게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정보 불균형 속에서 '진료비 폭탄'에 비명을 지른다. 동물병원별로 진료비 편차는 최대 80배(발치 항목ㆍ최저 5000원~최고 40만 원)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서울과 경기 지역 동물병원 50곳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진료비를 사전에 게시한 곳도 18%에 불과했다. 중성화수술의 경우 병원별로 약 5배,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4.7배까지 차이가 났다.

펫펨족의 부담을 덜어줄 펫보험이란 게 있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펫보험 가입 건수는 2016년 1819건, 2017년 2638건, 2018년 8147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 기준으로 지난해 펫보험 가입률은 0.63%에 불과했다. 펫펨족이 보험 가입을 꺼리는 건 상품의 보장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견에 집중된 탓에 반려묘 등 다른 동물의 경우에는 상품조차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심장사상충ㆍ임신ㆍ출산 등 반려동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서비스에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험료 자체도 연간 40만에서 80만원 수준으로 비싼 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질환 발병률 같은 보험 손해율 산정의 기본 데이터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반려동물 진료수가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그나마 출시된 반려동물 보험의 경우도 보장범위를 제한적으로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높은 의료비 부담은 반려동물 유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동물자유연대 조사에 따르면 '개를 얼마나 오래 키웠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죽을 때까지'라고 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도입을 목표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항목별 진료비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진료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동물병원으로부터 질병에 대한 진단절차나 진료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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