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국 명품" 믿고 산 기저귀가.. 소비자 우롱한 '마켓컬리'

김정현 2020. 1.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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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가명ㆍ35)씨는 이달 초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고급 기저귀의 영국 제작사 홈페이지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영국 원료를 사용해 중국 공장에서 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 마켓컬리 측 홍보와는 달리 기저귀 핵심 원료인 흡수체가 중국산이었다.

사과문에 따르면 이 기저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품질검증원에서 KC인증마크를 받아 안정성에 문제는 없으나 마켓컬리는 영국 본사 확인 이후에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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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격의 두 배로 파는 제품… 핵심 재료 흡수체가 중국산 확인

홈피 담당자 프로필에 유명인 사진.. 불안 느낀 엄마가 직접 확인하니

안전평가 인증도 2011년에 만료… 취재 시작돼서야 사과글 게시·환불

마켓컬리가 판매한 영국 프리미엄 기저귀(좌측)와 마켓컬리의 제품 검증 방침을 적어 놓은 문구. 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권지혜(가명ㆍ35)씨는 이달 초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고급 기저귀의 영국 제작사 홈페이지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영국에 기반을 뒀다는 제작사 홈페이지에는 할리우드 배우 등 해외 유명인들의 사진이 마치 제작사 서비스 담당자와 미국 판매 매니저인 것처럼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의심이 들어 기저귀 원산지를 꼼꼼하게 살펴 본 권씨는 또 한번 놀랐다. ‘영국 원료를 사용해 중국 공장에서 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 마켓컬리 측 홍보와는 달리 기저귀 핵심 원료인 흡수체가 중국산이었다. 해당 기저귀는 영미권 원료를 내세워 보통 기저귀의 1.5~2배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권씨는 곧바로 마켓컬리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대응은 석연찮았다. 원산지를 묻자 마켓컬리는 “영국 본사에서 각국 원료를 수급해 중국 OEM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 외코텍스(Oeko-Tex standard 100ㆍ섬유 안전평가 기준) 인증서와 안전 확인 검사 인증서를 확인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틀린 이야기였다. 권씨가 외코텍스에 이메일로 직접 문의한 결과 “해당 인증은 2011년 2월 28일 종료 후 갱신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권씨는 “끈질기게 직접 확인까지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 아니냐”고 어이없어 했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기저귀의 영국 본사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고객서비스 담당자와 미국 판매 매니저라고 소개된 사람의 사진이 각각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피켜스케이팅 선수 미셸 콴으로 게시돼 있다. 해당 홈페이지는 10일 현재 폐쇄됐다.

프리미엄 쇼핑몰을 표방하는 마켓컬리의 상품 설명이 실제와 일부 다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다수의 구매자가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사태 파악과 환불 조치에 나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일보가 해당 기저귀 수입업체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권씨가 구매한 기저귀의 겉감과 안감은 미국산이지만 핵심 요소인 고분자 흡수체는 중국산이었다. 마켓컬리는 해당 제품을 홍보하며 중국공장 생산이라는 문구를 적어 두긴 했으나 ‘영국 본사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원료까지 수급한다’고 강조한 원산지 관련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제조시설을 주기적으로 검증한다’는 마켓컬리 방침도 사실과 달랐다. 마켓컬리는 ‘아이들이 먹고 사용할 제품의 경우 제조 시설이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설비와 위생을 갖췄는지 검증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기저귀 판매란에도 적혀 있는 문구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해본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10년간 다른 쇼핑몰에서도 인기를 끌어온 제품이라 본사에 관해서는 깊숙이 확인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마켓컬리는 영국 프리미엄 기저귀를 판매하며 유럽 외코텍스(Oeko-Tex standard 100ㆍ섬유 안전평가 기준) 인증을 획득했다고 했지만 해당 인증은 2011년 2월 28일 종료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현재 마켓컬리에서 해당 기저귀는 판매 중지된 상태다. 마켓컬리 측은 이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취재가 시작된 9일 오후에서야 사과문을 게재하고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이 기저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품질검증원에서 KC인증마크를 받아 안정성에 문제는 없으나 마켓컬리는 영국 본사 확인 이후에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그간 판매 수량은 3,000여개로 해당 제품 국내 전체 판매량의 2%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돈을 훨씬 더 주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선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인데 검증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며 “다른 제품들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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