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철수 낀 통합 신당 추진.."갑자기 뭐냐" 유승민 버럭

현일훈 2020. 1.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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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수 통합을 추진 중인 혁신통합추진위 박형준 위원장이 9일 기자회견에서 “안 전 의원을 포함한 대통합 신당을 추진한다”며 한 발언이다. 이 말에 보수 통합의 한 축인 ‘유승민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승민계가 주도해 창당한 새로운보수당은 대외적으로는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만 분명히 수용되면 ‘OK’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기류는 상당히 달랐다. 특히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대통합 신당 추진 소식을 접한 직후 주변에 “일방적으로 발표부터 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신당 추진이 어딨냐”며 격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유승민(오른쪽)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당대표단회의에 앞서 정병국 인재영입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자초지종은 이랬다. 9일 ‘중도ㆍ보수대통합을 위한 정당ㆍ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들은 회의 직후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고 통합신당을 결성해 4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뉴스를 접한 새보수당 내부에서 고함소리가 오가는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유 의원 등 새보수당 의원들과 협의 없이 이뤄진 발표였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중도보수대통합 연석회의에 참석한 같은 당 정병국 의원에게도 따졌다고 한다. 왜 그런 합의문을 발표하게 방치했냐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혁통위 출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당시 유 의원이 화를 낸 건 맞지만 상황을 설명해 오해는 금방 풀렸다”고 말했다. 연석회의 합의문 내용은 이렇다.

1. 중도보수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위원회를 구성한다.
2. 박형준 의장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다.
3. 보수대통합의 원칙은 혁신과 통합이다.
4. 통합은 시대 가치인 자유와 공정 추구이다.
5.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의 대통합을 추구한다.
6. 세대를 넘어 청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통합을 추구한다.
7. 더 이상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되어선 안 된다.
8. 대통합 정신을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유승민계는 이 중 2ㆍ5번 항목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박형준 위원장 임명부터 불만이 많았다. 유 의원과 가까운 새보수당 관계자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왜 위원장 자리에 앉은 것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그에게 어떤 권한도 주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다른 의원은 “박 교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가깝다. 우리와는 견해차가 늘 있었던 분”이라고 했다.

2018년 7월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 인사하는 안철수 전 의원 [연합뉴스]


합의문 내용 중 안 전 의원 등과 관련된 5번 항목은 새보수당 내 반발이 더 컸다. 박형준 위원장은 전날 ‘안철수 합류’를 목표로 한다며 “안철수계도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이 귀국하면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새보수당 내에선 “느닷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대통합 테이블에 앉지도 않은 안 전 의원이 왜 튀어나온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유승민계 의원은 “이런저런 정치세력을 덕지덕지 붙인다고 몸집이 커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승민계가 한국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공천 등 지분 확보를 위해선 ‘다(多) 대 1’의 혁신통합추진위 테이블보다 ‘1대1’ 구도를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으로선 자신 보다 조금 더 중도 쪽에 위치한 안철수 의원이 합류하면 자신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한 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제4차 비전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새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선 ‘황교안식 통합 논의가 새보수당을 고사시키려는 게 아니냐, 원 오브 뎀(여러 구성요소 중 한 개)으로 얼버무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새보수당은 10일 혁통위와는 별개로 한국당과 새보수당만 참여하는 통합추진위를 따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일훈ㆍ윤정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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