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군사대로]군인은 비가 올 때 우산을 쓸 수 있다? 없다?

김성진 2020. 1. 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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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정말 우산을 쓰면 안되는 것일까?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있는 '우산' 규정
군인이 우산을 안쓰게된 건 히틀러 때문?
[서울=뉴시스]해병 1109기로 입소한 훈련병이 신병교육대 4주차 전술행군에서 판초우의를 입고 행군을 하고 있다. 2020.01.10. (사진=해병대 공식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캡처) photo@newsis.com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군인은 비를 피하지 않습니다", "군인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신병 교육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비 오는 날 우산 대신 '판초 우의'(천 중앙에 구멍을 뚫고 그 곳으로 머리를 내어 입는 형태의 비옷)를 입고 훈련을 받은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몇몇은 과거에 학군사관(ROTC) 후보생들이나 외출을 나온 사관학교 생도들이 잘 다려진 정복을 입고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군인이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주 연일 겨울비가 내렸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는 출·퇴근길에 우산을 든 군인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국방부에 따르면 '부대관리훈령' 26조는 "비전술적 상황에서 우의가 없을 시에는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색상의 우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지역에 비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다.2020.01.07.mspark@newsis.com

'비전술적인 상황'은 작전과 경계근무, 야외기동훈련, 전술훈련 등 '전술적인 상황'을 제외한 일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육군 병영생활규정(16조), 해군복무규정(38조), 공군 복무 및 병영생활(40조), 해병대 복무규정(34조)도 국방부 부대관리훈령과 같은 내용의 우산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해군과 공군, 해병대는 부대관리훈령이 규정한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산의 색상'을 '검정색, 감색 계통'으로 명시하고 있다.

'비전술적인 상황'에서 '우의가 없는 경우'에 한해 우산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국방부는 군인은 원칙적으로 우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결국 군인도 우산을 쓸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그렇다면 군인이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영어로 '엄브렐라'(umbrella)로 불리는 우산은 라틴어로 '그늘'을 뜻하는 '움브라'(umbra)에서 유래됐다. 우산은 원래 귀족들이 태양을 피하고자 처음 사용했으며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용도로도 쓰였다.

[서울=뉴시스]해병대 보병 초군반 교육생들이 야외 종합전술훈련에서 판초우의를 입고 기동을 하고 있다. 2020.01.10. (사진=대한민국 해병대 제공) photo@newsis.com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서 우산을 직접드는 것은 '천한 일'이었으며 특히 남자들은 우산을 쓰는 것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겼다.

우산을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긴 그리스의 문화는 이후 18세기까지 내려와 영국의 귀족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18세기 중엽 영국의 박애주의자 존 핸웨이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려 30년 동안이나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대중화가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게다가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 덕분에 우산을 쓰는 사람이 늘게 됐고 우산 값이 마차 타는 값보다 싸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18세기 말에는 우산이 영국 신사의 필수 '아이템'처럼 자리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산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식만은 그대로 남아 대부분이 남성으로 구성된 군대에서는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물론 여기에 전투나 작전 중 긴박한 상황에서 우산을 쓰기는 힘들기 때문에 군인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가미된다.

[서울=AP/뉴시스]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

미국 군사전문매체 '위 아 더 마이티'(We are the mighty)는 군인이 우산을 쓰지 않게 된 유래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으로부터 비롯됐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체임벌린 총리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1938년 뮌헨회담에서 히틀러와 만났다. 히틀러는 뮌헨회담에서 체코 수데텐 지역을 독일 영토로 편입시켜주면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결국 1939년 폴란드 침공을 지시했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체임벌린 총리의 온건 정책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고 그는 결국 1940년 5월 노르웨이 작전 실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위 아 더 마이티는 "윈스턴 처칠 총리에게 시가(cigar),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스토브파이프 햇(stove pipe hat·길고 높은 형태의 모자)이 상징인 것처럼 체임벌린 총리의 상징은 우산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산이 상징인 체임벌린 총리가 히틀러의 거짓말을 믿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영국인들에게 '인내'의 상징이었던 우산이 '배반'의 상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만 영국군은 그로 인해 우산을 쓰지 않았음에도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지만 미 육군은 이른바 반(反)체임벌린 기조(anti-Chamberlain stance)에 따라 규정으로 도입했다고 위 아 더 마이티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안보공원 제1연평해전 전승비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해군 장병들의 모습. 정복에 우의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2020.01.10. (사진=해군 공식 홍보영상 '헌신 우리 바다는 대한민국 해군이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캡처) photo@newsis.com

실제 미 육군은 과거에 여군만 정복, 예복, 만찬복 등을 착용할 때 우산을 쓸 수 있고 전투복이나 근무복을 입을 때는 우산을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뒀다.

위 아 더 마이티는 "이 규정이 OCS(사관후보생 교육)를 갓 마친 초급 장교부터 육군참모총장까지 남성 장교들의 우산 사용을 금지시켰다"며 "이 규정은 육군 남성 장교들에게만 영향을 미쳤고 2013년까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공군도 1947년 육군으로부터 분리될 때 이 규정을 가져왔지만 불과 32년 만에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1979년 공군은 장교들에게 우산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 육군은 남녀 구분없이 정복과 예복, 만찬복 등을 입을 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우산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전투복이나 근무복 등을 입을 때는 우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제복이 더 많은 미 해군의 경우도 정복에만 검정색 단색 우산이 허용되고 근무복에는 우산이 허용 안 된다. 미 공군은 우산을 허용하지만 해군과 마찬가지로 검정색 단색 우산이어야 하며 반드시 왼손으로 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70년간 미군과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군의 경우 군사교류 과정에서 미군의 영향을 받아 우리 군에 같은 규정을 적용했을 수 있다는 개연성도 거론된다.

[파주=AP/뉴시스]한미 육군 장병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철책선 인근에서 걸어가고 있다. 2013.40.25.

일례로 군복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거나 상급자에게 경례를 하기 위해 왼손으로만 물건을 쥐는 것은 미군이나 우리 군이 비슷하다.

미군 관계자는 "미군도 보통 우산이나 컵, 가방 등 들고다니는 것은 왼손으로 하고 오른손은 자유롭게 둔다"며 "그것은 경례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군이 우산에 대한 규정을 만든 것 역시 비교적 최근 일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9년 5월19일 '부대관리훈령'(옛 국군병영생활규정)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우산 사용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다만 군에서는 우산이 개인별 보급품이 아니기 때문에 비나 눈이 올 때도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인별 우의를 지급해 착용토록 하고 있다.

육군이나 해병대의 경우 사령부급 제대에서는 전술적 행동이 없는 행정병들도 종종 우산을 쓰기도 하지만 야전부대 대부분은 면회 정도를 제외하고는 우의를 착용한다. 더러는 우의를 입지 않고 활동하기도 한다.

해군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해군 관계자는 "함정 생활이 중심이기 때문에 우의를 입을 일이 많지 않다"며 "군복을 입고 작업하거나 정복을 입고 외출할 때 우의를 입는 경우가 있지만 일상에서 대다수가 우산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광활한 활주로를 무대로 활동하는 공군은 환경적 제약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산을 가장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다. 공군 관계자는 "우의도 입지만 대부분은 우산을 쓴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육군25사단 GOP(일반전초)대대 부소초장과 병사 2명이 장맛비를 맞으며 주간 근무 인솔 중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이들이 착용한 고어텍스 소재 신형 우의는 빗물을 차단하는 반면 땀은 배출시켜 활동하기 편하고 착용감이 좋다. 2008.06.18. (사진=국방홍보원 국방일보 제공) photo@newsis.com

다만 비를 피하는 방법은 각 부대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비가 오더라도 장병들이 불편함이 없길 바라는 마음은 한가지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코트 모양의 '일반 우의'나 '판초 우의' 대신 전투 상황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쓸 만한 우의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훈련 때 비가 오면 일반 우의를 입기도 하는데 군장을 착용하는데 적절하지는 않은 느낌"이라며 "통풍도 잘 되지 않아 개선이 되면 더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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