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중 쏟아진 험담..녹음기 켜는 환자들

김덕현 기자 2020. 1. 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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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제보가 왔습니다'는 수면내시경을 받은 환자가 제보한 소식입니다. 환자가 잠든 사이에 혹시 몰라서 녹음을 했는데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며 의사가 환자 험담을 하는 말이 녹음됐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김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은 30대 남성 김 모 씨는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 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보자 : 내시경에 대해 안 좋은 얘기도 보도로 접했고. 제가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혹시 몰라서.]

검사가 끝난 뒤 녹음 내용을 들은 김 씨는 경악했습니다.

잠든 사이 의사가 자신을 험담한 것입니다.

[담당 의사 (수면내시경 당일) : 되게 마음에 안 들었어, 이 사람 처음에 볼 때부터. 무슨 젊은 애가 연말에 그것도 바쁜 월요일 아침에 하겠다고. 어이가 없어서.]

바쁜 월요일 오전에 30대 젊은이가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입니다.

보름 뒤 김 씨가 의사를 만나 항의하자 의사는 사과를 하면서도 김 씨를 타박합니다.

[담당 의사 (수면내시경 보름 뒤) : 본인이 진료받는 걸로 인해서 다른 환자들이 피해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으세요?]

[제보자 : 한 달 전부터 정상적인 루트 통해서 예약한 것이고 건강검진 받은 건데.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요.]

의사는 SBS 기자에게 "검사 필요성이 높지 않은 환자를 받으면 다른 환자들의 진료가 늦어질 수 있으니 간호사들에게 예약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취지로 한 얘기"라고 해명했습니다.

수면 마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막말이나 범죄가 이어지다 보니 환자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휴대전화로 녹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가 법 위반이다, 아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녹음의 불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환자들이 왜 녹음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 됐는지 의료계의 진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김종갑)  

김덕현 기자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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