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파고든 온라인 불법 경마.."1년 배팅액 13조"

안상우 기자 2020. 1. 1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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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못 잡는 불법 경마..'솜방망이 처벌'이 더 키워

<앵커>

원래 경마는 도박성이 강하기 때문에 경마장하고 전국에 30곳 정도 있는 공인발권소에 간 사람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 한 번에 10만 원만 걸도록 제한도 있습니다. 이 틈을 노려서 집에서도 제한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설 경마장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걸 못 막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또 있습니다.

안상우, 박찬범 두 기자가 문제점들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내부로 경찰 단속팀이 들이닥칩니다.

[가만히 있어! 숙여!]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 현장입니다.

지난해 적발된 불법 경마 사이트는 모두 5,407개.

운영자들은 대단지 오피스텔과 한적한 주택가 상가까지 파고든 지 오래입니다.

[前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자 : 암암리에 숨어서 하든지 장소라는 것도 옮겨 다니고, 보안이 굉장히 철저한 거죠.]

불법이 활개를 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인데, 작은 규모의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자조차 사람이 몰리는 주말 동안에만 수천만 원은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이 업자들의 말입니다.

[前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자 : (작은 사이트도) 보통 150만 원 정도 (판돈이) 들어가요, 한 경주에. 하루에 10개 경주만 잡아도, 3일이면 30개 경주잖아요. 그러면 4,500만 원인가요? 그렇게 돈 버는 거예요.]

경마 현장에서 빼돌린 실시간 경주 정보를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면 실제 이용자들은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이 화면만 보고 원하는 만큼 돈을 걸 수 있습니다.

[前 불법 경마 이용자 : (정식 경마장에) 가서 경마를 안 해요. PC방이나 집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거든요.]

불법 경마 시장은 이미 합법적인 경마의 2배 수준인 13조 원 규모로, 우리 주변에서 계속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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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경마의 폐해는 단지 돈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판돈에 제한이 없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문제성 도박자나 병적 도박자가 될 확률이 합법적인 사행산업 이용자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극단적 선택이나 다른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前 불법 경마 이용자 : 재산을 날리다 보면 그때 가서는 멈추기가 쉽지 않죠. 자살하고 그런 경우 많이 봤어요.]

폐해가 심각하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칠 때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최대 징역 7년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한 중범죄지만 대다수가 이런 처벌을 피합니다.

[前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자 : 처음에 걸렸을 때는 기소유예 했다가 두 번째 걸리면 벌금 내고, 세 번째부터는 뭐 구속될 수도 있고….]

범죄 수익 환수도 지지부진해 적발되더라도 결과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준휘/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법개혁연구실장 : 단속 건수만 늘었지 수익에 대한 몰수 처분, 이런 것은 실질적으로 늘지가 않았어요. 숨겨 놓은 돈을 찾아내는 게 쉽지가 않은 거예요.]

불법 경마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뒤 범죄 수익은 많게는 수천억 원대까지 커졌지만 처벌 수위는 과거 '산 도박'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범죄 규모에 맞게 처벌 수위를 현실화하고 도박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치료를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한일상·제 일, 영상편집 : 박지인·소지혜, CG : 이유진)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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