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 '출국 대란' 불렀다..보안검색 요원 80명 퇴사, 왜

이은지 2020. 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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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보안 검색업체 1일 공항공사 자회사로 전환
처우 불만 김해·김포·제주공항 검색요원 80명 퇴사
김해·김포 대체인력 투입..제주는 연장근무
보안 검색 노조 "인력 늘리고 처우개선" 요구
지난 3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관광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국공항공사에 보안 검색 업체 자회사 전환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하지만 묵살당했다.” 김포공항 보안 검색 요원으로 근무하는 유모 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1일 보안 검색 업체가 공항공사 자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해·김포·제주공항 보안 검색 요원 80여명가량이 한꺼번에 퇴사했다. 이 바람에 탑승수속이 지연되면서 이들 공항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난 2일 김포공항에서는 수십 명의 탑승객이 출국 수속이 지연돼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지난 4일 김해공항에서는 항공사 직원들이 미탑승 승객을 찾아 나서는 탓에 비행기가 10분가량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 5일 오전 6시 김해공항을 찾은 김모씨는“다낭 출발 2시간 30분을 앞두고 김해공항에 왔는데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출국 수속에 2시간이 소요돼 30분 동안 허겁지겁 밥을 먹은 뒤에 겨우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그때야 공항공사는 대체인력을 김포공항에 12명, 김해공항에 5명 투입했다.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제주공항은 기존 인력이 강제로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보안 검색 노조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대체 근무를 하고 있다. 보안검색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인력에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해공항. [사진 부산시]

이번 사태는 공항공사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에 맞춰 용역업체에 맡겼던 보안 검색 업무를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자회사 전환에도 처우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보안 검색 요원 80여명이 퇴사를 했다. 노조 관계자는 “월 임금이 210만원 수준으로 공항공사에서 고용한 단기 알바의 임금과 거의 비슷하다”며 “공항공사 직원의 처우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이어 “하루 1시간 휴게시간이 있지만 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유급휴가도 없고, 인센티브도 너무 적은데 업무 강도는 높아 신규 입사자들 절반 가까이가 평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김포공항을 찾아 사실 확인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초 공항이 혼잡하다는 공항 공사 보고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보안 검색 요원 근무자 4명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공항공사와 협의해 오는 13일 대책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안에는 다가오는 설 연휴를 대비한 단기 대책과 보안 검색 인력 요원 확충하는 장기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설 연휴처럼 일시적으로 승객이 몰릴 때 단기 인력을 어떻게 투입하고,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논의해 봐야 한다”며 “또 만성적으로 부족한 보안 검색 인력 확충 방안도 함께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검색 노조는 늘어난 승객 수에 맞춰 인력을 대폭 늘리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최소 2배, 많게는 10배가량 늘었는데 보안 검색 요원 숫자는 똑같다”며 “자회사로 전환된 만큼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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