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투기논란 1년③]"어두운 목포 구도심에 불 켰지만"

허단비 기자 2020. 1. 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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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속내 모르지만 구도심에 활기 생긴 건 분명"
해상케이블카·천사대교 개통 등 맞물리며 관광 활력

[편집자주]쇠락하는 옛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의 진심어린 애정이었나, 아니면 이를 빙자한 교묘한 부동산 투기였나. 이른바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불거진 지 1년을 맞았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그동안의 경과를 되짚어보고 현 시점에서 목포의 핫이슈인 근대역사문화공간 개발 상황, 목포원도심의 변화, 총선영향 등을 정리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원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여 지난 11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목포근대역사관 1관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1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영사관으로 쓰였고, 최근 한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1.12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목포=뉴스1) 허단비 기자 = "어두운 거리에 불 하나 켜진 정도지만 몇 십 년 동안 누구 하나 불을 밝혀준 적이 없는 곳이였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가 흐른 11일 오후. 전남 목포 구도심 인근 한 상인에게 목포 구도심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목포 구도심에서 32년을 살았다는 김모씨(55·여)는 "사실 난 투기라도 좋다고 했다. 밤이면 도깨비 나올 정도로 깜깜하고 아무것도 없던 곳에 사람이 다니게 해준 것만으로도 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목포를 살리겠습니다'라고 한 정치인 중에 누구 하나 불 밝혀준 적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그들은 돈을 주고 투자를 하라고 해도 이곳에 땅 한 평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목포는 그간 '빛의 도시'를 주창하며 구도심에 조명으로 만든 마로니에 거리를 조성하고 유달산 일등바위에 야간조명 등을 설치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온갖 조명을 달고 빛을 밝혔지만 정작 만호동 등 유달산 아래 구도심은 수십 년간 빈 상가에 인적이 드물었고 목포시민들에게조차 '어두운 동네'였다.

그런 동네에 나전칠기 박물관을 짓겠다며 부동산을 구입하고 옛 일본식 가옥의 아름다움을 보존해야 한다며 자신의 지인과 조카 등에 땅을 사도록 권유한 손혜원 의원은 1년 전 투기 의혹 당시부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쇠락하는 옛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브랜드마케팅인가. 아니면 이를 빙자한 교묘한 부동산 투기였나.

손혜원 의원 조카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은 이날도 여전히 철문이 굳게 닫힌 채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철문 사이로 안을 살펴보는 관광객 몇몇이 눈에 띌 뿐이었다.

창성장 인근 상인들은 "정치인의 속내는 모른다"면서도 "손 의원 파동 이후 목포에 변화가 온 것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원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여 지난 11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에 위치한 창성장을 둘러보고 있다. 창성장은 손의원의 조카와 지인 등이 기존 여관 건물을 2017년 매입해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2020.1.12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강관철씨(87)는 "그분이 어떤 마음을 먹고 땅을 샀는지 누가 아나. 하지만 몇 십 년씩 팔리지 않던 건물이 팔리고 관광객이 늘어서 동네에 활기가 찬 것 확실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오고 가는 사람만 있을 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이 주변의 페인트 상가, 오토바이 수리점 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여기 원주민들은 구도심이 살아났다고 쉽게 공감하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도심에서 카페를 7년여 운영하는 손원경씨(45·여)는 "작년 여러 논란이 있어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바짝 매출이 오르긴 했지만, 평년과 다르지 않다"며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매출로 이어지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창성장 옆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민은기씨(83)는 "투기인지 투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기를 하려면 12년 동안 비어있는 여기 호텔을 샀어야지. 이건 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알 것"이라며 음식점 앞 '초원 실버타운'을 가리켰다.

호텔 부지를 실버타운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몇 년 동안 비어 방치된 곳이었다.

그는 "저게 말이 호텔이지 아파트 1채 값도 안 되는 것인데 몇 년째 비어있다. 투기하려면 구도심 중심에 자리 잡은 저 호텔을 샀어야지 다 무너져가는 옛 가옥을 사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음식점에 찾아온 손님들이 창성장을 보고 오면 '별거 없네, 저게 왜 논란이냐'며 한마디씩들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손혜원 투기 논란'보다 드라마 촬영지, 해상 케이블카, 천사대교 개통으로 인한 관광객이 급증해 구도심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상인은 "손 의원 논란 이후 목포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니 관광산업에 탄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창성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1·여)는 "목포는 대기업 산단도 없고 그나마 있던 조선소도 망해서 정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도시였다. 손 의원 논란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목포가 언론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관광산업이 맞물려서 물꼬를 터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언론에 관심을 받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한 번에 이뤄졌을까 싶다"고 말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원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여 지난 11일 오후 관광객들이 목포시 중앙동 목포근대역사관 2관을 둘러보고 있다. 2020.1.12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이날 비교적 한산한 창성장 골목과 달리 창성장에서 약 200m 떨어진 목포 근대역사문화관 인근은 주말을 맞아 관광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사문화관 2관 앞 카페와 사진관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최근 한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해진 근대역사관 1관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옥암동에 거주하는 이모씨(29)는 "목포에 살면서 유달산과 시내는 와봤지만, 구도심 동네를 찾아올 일은 거의 없었다"며 "최근 구도심 인근에 예쁜 카페와 맛집이 생겨 드라마 촬영장을 구경할 겸 놀러 왔다"고 말했다.

또 부산에서 이날 목포를 찾았다는 박모씨(45)는 "목포에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온김에 구도심을 둘러보러 왔다. 근대역사관을 구경한 후 손혜원 의원 조카가 운영한다는 창성장도 한 번 보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1년 만에 어떻게 상권이 확 살아나겠나. 하지만 지금의 목포 구도심은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덧칠을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다. 죽어가는 도시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6 /뉴스1 © News1 DB

목포시에 따르면 2019년 12월26일 기준 근대역사관 관람객이 25만400명을 기록해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14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다.

시는 근대역사관이 있는 원도심 일대가 지난해 8월 전국 최초 면단위 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특히 2019년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해로 근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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