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라서?..렌터카 사고 비용 4천만 원 '폭탄'

허지영 2020. 1.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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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들. 렌터카 전기차 전면부가 심하게 파손됐다. [사진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완전 신차 풀옵션 값이 나왔습니다."

지난 8일,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몰다 사고를 냈다는 운전자, 사진을 보니 차 전면부가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차 상태보다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던 건 수리비용이었습니다. 운전자에 따르면 렌터카 업체가 책정한 수리비는 무려 4천여만 원. 자신의 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큰 금액에 당황스럽다고 운전자는 토로했습니다.

아무리 사고가 크게 났을지언정, '신차 풀옵션값' 정도의 수리비가 나오는 게 가능할까.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전기차기 때문에 가능하다부터 이를 고려하더라도 턱없이 비싸다는 댓글까지 여러 의견이 오갔습니다.

취재팀은 운전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게시글 또한 삭제돼 운전자를 더 수소문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을 택했습니다. 전기차 사고가 난다면 실제로 새 차 값과 맞먹는 수리비가 나올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배터리팩 가격만 2천만 원…비싼 수리비 원인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팩. 차 앞뒤 바퀴 사이에 장착돼있다.


전기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배터리팩'입니다. 모터를 움직이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곳으로, 차 앞뒤 바퀴 사이에 장착돼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 [출처: 국내 한 자동차회사 고객서비스 홈페이지]


국내 한 자동차회사의 고객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터리팩 가격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통상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라고 부르는 배터리팩 가격은 무려 2천만 원. 차종과 주행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싼 것은 1,300여만 원에서 비싼 것은 2,300여만 원에 달합니다. 전기차 사고로 배터리팩이 파손됐을 경우, 내연기관 차보다 수리비용이 훨씬 많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한국전기차정비협동조합 김태훈 기술이사는 "전기차의 경우, 경유나 휘발유차처럼 외부에서 연료를 끌어올 수 없다"며 "전기를 저장해 놓는 배터리팩이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내연기관 차에 없는 전기차 부품도 비싸

전기차가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주는 모터 등 [사진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저널]


전기차에만 있는 부품 가격이 비싼 이유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모터'입니다. 내연기관 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는 전기차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 즉 힘을 만들어줍니다. 이 모터 가격 역시 2~3백 만원을 호가합니다.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모터와 내장용 충전기(OBC) 가격[사진 출처: 국내 한 자동차회사 고객서비스 홈페이지]


이 밖에도 충전한 전기를 전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내장용 충전기(OBC, On Board Charger)와 배터리를 제어하는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도 1~2백만 원을 웃돕니다.

대부분 차 전면부에 장착돼 있어 앞부분이 심하게 훼손됐다면, 비싼 수리비를 물 수 있습니다. 부품 가격에다 인건비를 뜻하는 공임과 부가세까지 붙으면 수리비는 더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사고, 비싼 수리비는 당연하다?

이쯤에서 나오는 궁금증은, 전기차 수리비가 무조건 비쌀 수밖에 없는가입니다. 사고가 난다고 무조건 2천만 원에 달하는 배터리팩을 교체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된 전기차 배터리팩. 모듈 일부가 고장 났을 경우 새 부품으로 교체 가능하다.


배터리팩은 여러 개 모듈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의 모듈 안엔 회로로 연결된 작은 셀들이 있습니다. 만약 모듈 가운데 한두 개가 고장 났다면, 이를 다른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팩 자체를 통째로 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났을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모듈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배터리팩을 교환하는 게 좋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안전을 이유로 배터리팩 교체를 권장할 때도 있다는 겁니다.

국내 자동차회사 한 수리업체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외부에 있던 물이 배터리팩이나 모듈 안에 들어올 수 있다"며 "이 경우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두꺼비집처럼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되는데, 이땐 차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차가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년 안 된 전기차, 보조금까지 토해내야 한다?

구매한 지 2년이 안 된 전기차는 사고 발생 시 보조금까지 토해내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전기차가 폐차 수준에 이르러 자동차 등록을 취소해야 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명확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침


전기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지침을 살펴봤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은 운전자가 최소 2년 동안 차를 타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기차가 폐차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서 무조건 보조금을 반납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통사고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는 보조금 환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폐차를 신청한 운전자가 차 구매비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았다면, 이 비용은 지자체와 정부에 돌려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글쓴이처럼 개인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는 교통사고에 포함될까요?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보조금을 환수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국서 전기차 가장 많은 제주…소비자 주의 필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기차 8만 대 시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등록된 전기차는 8만 7천여 대입니다.

이 가운데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한 제주도에 등록된 차는 만 8천여 대. 전국적으로 가장 많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보다 5천 대 이상 많은데, 제주도는 올해도 전기 승용차와 화물차, 이륜차를 포함해 전기차를 무려 만 대 가량 늘릴 계획입니다.

전기차 증가 속도에 맞춰, 사고가 났을 경우 생각 외로 큰 비용을 물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기차 충전 특구로 지정돼 미래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려는 제주도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 운전자 지인의 요청으로 사진 일부를 대체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연관기사] [팩트체크K] 렌터카 사고 비용 4천만 원 ‘훌쩍’…전기차라서?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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