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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적 실수에 反美 추동력 상실.. 거센 역풍 휩싸인 이란

김수미 입력 2020. 01. 12. 19:02 수정 2020. 01. 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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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사고 발생 후 사흘 동안 오인격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이란민간항공청은 피격 여객기가 항로를 벗어났고, 엔진에 불이 붙어 추락한 것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보고서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란군의 격추 가능성을 가리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면서 더이상 은폐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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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갈등 새 국면/ 이란, 항공기 기체 결함 주장 불구/ 속속 증거들 밝혀지며 시인·사죄/ 이란내 반정부 여론 끓어오르자/ 트럼프 트위터에 이란어로 지지/ 핵합의·정권 교체 기회될수도
이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사고 발생 후 사흘 동안 오인격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이란민간항공청은 피격 여객기가 항로를 벗어났고, 엔진에 불이 붙어 추락한 것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보고서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란군의 격추 가능성을 가리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면서 더이상 은폐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 간 스위스의 소통채널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영국·캐나다가 “격추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히자,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매체 알자지라는 “국제적 감시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숨기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8일(현지시간) 발견된 어린이 신발 한짝. 테헤란 AFP=연합뉴스
이란의 뒤늦은 인정에도 불구하고 재앙적 실수에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져 거센 역풍이 불었다. 전날까지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던 이란의 시위대는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로 바뀌었다.
이란과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으며 중동 위기를 고조시키는 한 축으로 지목됐던 미국에게 이번 비극은 뜻하지 않게 만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내 반미여론이 반정부여론으로 급전환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있다”며 시위대를 격려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 나는 나의 임기가 시작된 이래 당신들과 함께 서 있어 왔으며 나의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내용을 이란어로도 트윗에 올렸다.

이번 오인격추 사건은 중동 내 반미 세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거셈 솔레이마니 폭사 직전까지 이란에서는 오랜 서방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정부시위가 들끓었고, 군부세력의 무력진압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경제적 지원을 받던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에서도 반정부시위가 확산하던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전역에 반미항쟁 위축과 반정부 시위 강화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새로운 핵합의는 물론 이란 집권세력까지 교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란의 영구적 핵능력 제한, 탄도미사일 제한’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추구해온 새로운 이란핵합의는 이란은 물론 중재 역할을 자처해온 유럽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번 격추사건으로 상황이 유럽의 기류도 급반전할 수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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