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안 가겠다" 보안요원 80명 퇴사.. 북새통된 공항

곽래건 기자 2020. 1. 13. 03: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자회사 정규직 전환앞두고 처우 불만, 김포공항 등서 집단 퇴사
보안검색대 줄자 수속 길어져 승객 불편.. 국토부, 사태 해결 나서

지난 2일 오전 김포공항에선 제주, 부산 등으로 가려던 승객 50여명이 예약한 항공편을 타지 못했다. 애초 13개였던 보안검색대가 11개만 운영됐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에선 이날 오전 8~10시에만 평소보다 승객 500명이 더 몰렸다. 승객은 늘었는데, 보안검색대는 오히려 줄면서 보안 검색에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늦어지는 승객들을 기다렸지만 너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출발시켰다"고 했다.

◇전국 공항서 약 80명 한 번에 퇴사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전날인 1일부터 보안검색대 수를 줄여서 운영했다. 보안 검색 업무가 용역업체에서 공항공사 자회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안 검색요원 약 30명이 잇따라 퇴사했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엔 현재도 보안요원이 35명 모자라는 상태다.

다른 지방 공항도 사정이 비슷하다. 보안요원들의 집단 퇴사로 부산 김해공항에선 18명, 제주공항에선 20명, 청주공항에선 4명의 결원이 생겼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공항들에서 이번 퇴사 등으로 81명의 보안요원이 부족한 상태다. 전체 보안요원의 7.8% 수준이다.

지난 5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은 보안 검색 등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김동환 기자

보안 검색은 비행기 탑승 전 승객과 승객 짐을 검사하는 일을 말한다. 이전엔 용역업체가 담당했지만,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2018년 6월 소방·대테러 등을 제외한 협력업체 직원들을 한국공항공사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용역업체 소속 보안요원 상당수는 지난 1일 자회사 정규직 직원이 됐다.

그런데 용역업체 비정규직보다는 안정적인 자회사 정규직이 됐는데도 집단 퇴사가 벌어진 것이다. 보안요원들은 '자회사로 전환돼도 월급 210만원, 연봉 25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공항공사 직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지난해 일반 정규직 2400명의 평균 연봉은 1인당 7026만원 수준이다. 보안요원들은 '일하는 내내 집중해야 해 업무 강도는 높은데, 밥 먹는 시간도 40분이 채 안 된다'며 업무 환경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보안 검색 시간 길어져 승객 불만

자회사 전환을 앞두고 제대로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안 업무는 그동안도 퇴사자가 많았다고 한다. 용역업체가 업무를 맡았을 때는 퇴사자가 나올 때마다 예비 인력을 곧바로 채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을 앞두고 이런 수시 채용을 못 하게 됐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우선 부족한 인원은 자회사 전환 때 공개채용에 응시했던 협력업체 직원 일부를 추가 채용하고, 이후 신규 채용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안 검색에 시간이 걸리면서 연초 국내외 여행에 나섰던 승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승객 불편이 이어지자 한국공항공사는 임시로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제주공항은 기존 인력이 연장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승객이 폭증하는 설 연휴(24~27일)를 앞두고 있어 항공 예약자들 사이에선 "예전보다 공항에 일찍 나가야 하나" 등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정부도 사태 해결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최근 "설 연휴 보안 검색 지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같은 날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면담도 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보안요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는 추세였는데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며 "휴게 시간 등 보안요원들의 처우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