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간외근무는 최저임금 안줘도 OK" 노동부 황당 해석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20. 1. 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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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도 통상임금 기준 계산토록 허용
"시간외근무에 최저임금 주라는 법 조항 없어 처벌 못해"
최저임금보다 시간외수당 더 낮아도 법적 문제 없다고 보증한 셈
노동계 "최저임금 기본 취지도, 현장의 '기본급 쪼개기'도 모르는 해석" 반발
자료사진(사진=이한형 기자)
밤 늦게, 혹은 휴일에 일한 노동자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행정해석이 내려져 노동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외수당 허용하도록 행정해석 바꿔

노동자가 연장근무를 하거나 야간, 혹은 휴일에 일하면 받는 '시간외수당'은 평소에 받는 기본임금에 더해 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분까지 합쳐 지급돼야 한다.

물론 이 때 기본임금이 평소 근무할 때의 임금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2011년 10월 고용노동부도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만은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노동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6245)을 내렸다.

문제는 노동부의 이번 행정해석으로 앞으로는 회사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외수당을 지급해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나비효과'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인 상황에서 A회사가 노동자 임금으로 기본시급을 5000원만 책정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회사가 나머지 3590원만큼 시급을 올리는 대신 최저임금과의 차액을 '차액보전수당'으로 대신하면 최저임금법의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2018년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대거 확대되면서 정기상여금 및 각종 수당도 최저임금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가능한 '꼼수'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이 보전수당을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한 가지를 갖추지 못하도록 단서조항을 붙인 채 지급하면 통상임금에서는 제외된다.

따라서 A회사의 임금은 기본급과 보전수당을 더해 최저임금인 8590원이지만, 시간외수당은 7500원(기본급 5000원의 1.5배)으로 오히려 더 낮아지고, 기본급 비중을 낮출수록 시간외수당은 더 줄어든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현장에 만연한 '기본급 쪼개기'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위와 같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처럼 시간외수당을 낮춰 지급하는 회사는 극히 소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노동현장에는 각종 수당 및 성과금을 줄이기 위해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깎아 지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전국노동자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M 부평공장 사내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금은 절반으로 줄여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의 반발로 보전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됐지만, '급여지급일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다' 등 간단한 조건을 붙이면 수당들은 통상임금에서 바로 제외된다.

또 지난해 6월 한국노총이 주관한 '최저임금 이슈진단 토론회'에서도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으로 채워 넣는 수법으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가는 사례가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오민규 정책위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황당한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노동부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기본급 쪼개기가 성행하고,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넘는 경우가 희귀한 사례가 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외수당이 최저임금 지킬 '법적 근거' 없다? "최저임금 취지도 이해 못한 주장"

이런 문제에도 노동부는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시간외근무를 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시간외수당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 근로기준법에도 시간외수당 중 가산분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도록 할 뿐 기본시급만 따로 구분해 최저임금을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확인할 때에는 소정근로시간 8시간만 살펴보고, 시간외수당 등은 제외한다"며 "현행 법으로는 최저임금법의 잣대를 시간외근무에 들이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애초 일하기로 근로계약한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 동안에는 최저임금을 받도록 법이 보호하지만, 8시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않고 일해도 정부가 이를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어 "물론 소정근로시간에 일하는 1시간 노동의 가치와 시간외근무를 할 때 1시간 노동의 가치는 같아야 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어렵다"며 "다만 노동부의 해석과 민사소송의 결과가 다를 수 있어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최저임금 기본 취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황당한 해석을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김요한 노무사는 "시간 외 수당처럼 지급 여부가 불확실한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뺀 취지는 기본급만으로도 최저임금 이상을 주라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8시간이 초과되면 최저시급을 낮춰서 지급해도 된다는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산수당에 대한 규정"이라며 "기본임금 100%분에 대한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시급이 지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도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보다 더 최하한을 정하는 법"이라며 "애초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것 자체가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의 허점을 노린 임금깎기 수법에 면죄부를 안겨주는 행정해석을 주기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일치시키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노무사는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취지는 법정 노동시간의 준수에 있다"며 "입법 취지를 실현해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법상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개념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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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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