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정부, 임금개편 본격 시동
[경향신문] ㆍ도입 기업에 지원 강화 나서
정부가 고령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돼 온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은 주된 임금체계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연공급적 성격의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거나 임금의 공정성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현재 100인 이상 사업체 중 연공급을 채택한 사업체는 58.7%에 달한다. 한때는 연공급이 장기근속을 유인하는 요인이 돼 노동자의 업무 숙련도나 소속감 향상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저성장이 지속되고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연공급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노동시장 내부의 임금격차를 늘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퇴직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청년 채용을 꺼린다. 한국은 1년차 미만 사원과 30년차 이상 사원의 임금 격차가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정부는 호봉제 대신 직무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급’이나 숙련도·역량에 따라 결정되는 ‘직능급’ 등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기 위해 이를 도입하는 기업에 전문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직무평가 수단이 개발된 공공, 철강, 보건의료, 정보기술(IT) 등 8개 업종의 기업이 대상이며, 올해 4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임 차관은 “사회적으로 반대 의견이 너무 강하면 도입할 수 없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와 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 개편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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