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미국 아닌 바로 여기 있다".. 심상찮은 이란 反정부 시위

권중혁 기자 2020. 1. 1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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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반(反)정부 시위가 다시 거세질 조짐이 보이면서 집권세력이 긴장하고 있다.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사실을 인정한 후 재개된 반정부 시위는 점차 확산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를 지지하며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란 집권세력은 지난달까지 이어지던 거센 반정부 시위가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으로 반미 시위로 바뀌자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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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이란, 역풍 차단 안간힘
반(反)정부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아자디(자유) 광장 인근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한 인권단체가 12일 공개했다. 이란에서는 혁명수비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사실이 공개된 후 테헤란을 중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가 다시 거세질 조짐이 보이면서 집권세력이 긴장하고 있다.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사실을 인정한 후 재개된 반정부 시위는 점차 확산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를 지지하며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이란 집권세력은 역풍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AP·로이터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혁명수비대의 여객기 격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학생 수백명은 이날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공대 등에서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정부가 우리의 적은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로이터는 이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시위대 규모가 30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온라인에는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 등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영상이 올라왔다. AP통신은 온라인 영상을 토대로 시위하던 여성이 경찰의 실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도 비판에 가담했다. 이란의 온건파 일간지 에테마드는 “사과하고 사임하라”며 “‘국민의 요구’는 여객기 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 국영TV 진행자 2명이 이번 사건에 대한 거짓 보도에 항의하며 사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속 시위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렸다. 전날 “임기가 시작된 이래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 당신들과 함께 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내용을 올렸던 그는 이날 “이미 수천명이 당신들(이란 군부)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다”며 “위대한 이란 국민을 살해하는 것을 멈추라”고 썼다.

보수적이고 강경한 성향의 이란 집권세력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란은 다음 달 21일 총선을 치를 예정인데 여객기를 격추시킨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현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 중도개혁파 성향의 ‘리스트 오브 호프(List of Hope) 연합’이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란 집권세력은 지난달까지 이어지던 거센 반정부 시위가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으로 반미 시위로 바뀌자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여객기 피격 사실이 알려진 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다시 들끓으면서 총선을 앞둔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란 정부는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여객기 희생자 유족을 지원하는 직통전화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평소 대민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란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어로 트윗을 올린 데 대해 “(당신은) 고대 페르시아 언어를 더럽힐 권한이 없다”고 비난하며 민심 동요 차단에 나섰다.

한편 이라크군은 이날 미군 병력이 주둔 중인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에 또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투사 로켓(소련이 개발한 다연장포) 8발이 떨어져 장교 2명을 포함한 이라크군 4명이 다쳤다. 공격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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