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빵은 버리면서 곰팡이 핀 집에 산다고요?

조성일 2020.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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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결로, 미세먼지 없는 아파트 3無 인테리어 - 프롤로그

곰팡이와 결로는 그대로 둔 채, 멋진 마감재로만 덮은 리모델링. 과연 그 안에 사는 가족의 건강은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자투성이 집을 매입해 직접 리모델링에 나선, 한 남자의 ‘3無’ 인테리어 도전기를 따라가 본다.


연재 순서 
01 헌 집의 하자 사례와 원인 02 리모델링 우선순위 찾기 03 내단열의 문제점 04 올바른 단열재 시공 05 당연한 화재 대비 시공 06 외풍 없는 창호 선택법 07 아파트용 외부 차양 08 미세먼지와 환기 장치 09 기밀테스트 전과 후 10 에어컨 없는 복사냉방

노후 아파트가 늘고, 신규 분양마저 줄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획기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에만 치중한 나머지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외풍, 결로, 곰팡이 등은 그대로 떠안고 있다. 건축의 바탕을 바꿔 주거의 질을 높이는, 제대로 된 리모델링 방법은 없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준공 후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아파트를 포함, 전국 76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덕분에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획기적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 다양한 중개 플랫폼이 등장했고, 3.3㎡(1평)당 평균 공사비도 급격하게 오른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실제 한국리모델링협회는 2020년 건설 시장에서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비중이 25~30% 수준으로 확대, 규모 또한 최소 3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늘어난 리모델링 시장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다음의 사례들을 보자.


사례1

“32평 아파트에 6천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신혼집을 꾸몄어요. 그런데 공사한 그해 겨울,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갓난아이를 어느 방에 재워야 하나 고민할 지경이었지요. 인테리어 회사에서 몇 차례 보수했지만, 아직도 같은 하자를 매년 겪고 있어요.”

사례2

“방 하나에 350만원 주고 발코니 확장공사를 했는데, 그 부분 마루가 들뜨면서 결로와 곰팡이가 생깁니다. 외풍으로 그 방은 아예 사용을 못 하고, 옷장에서 쾨쾨한 냄새가 나서 옷도 걸어둘 수 없어요. 시공업체에 따져 봐도 환기를 제대로 못 한 제 잘못이라고 하네요.”

사례3

“그린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받아 1천만원 넘는 돈으로 전체 창호를 교체했어요. 그런데 현관과 방 코너 부위에 곰팡이와 결로가 생겨 업체에 물어보니, 창호 성능이 좋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만 하네요.”


1,0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도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한다. 그런데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집을 고쳤는데 매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직접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해 제대로 된 리모델링에 도전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와 손을 잡고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른바 ‘3無 인테리어’. 거주자를 괴롭히는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최근 크나큰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가 없는 아파트 리모델링이 그 목표다.

17년 된 하자투성이 분당 아파트를 사다

지어진 지 17년 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31평 아파트를 실주거용으로 매입했다.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총체적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하자투성이의 집이었다. 전 주인은 썩은 마루를 덮기 위해 일부 장판을 깔아두었고, 도배도 새로 마쳤다. 그러나 집 안에 들어서면 코를 뚫는 곰팡이 냄새는 감출 수 없었다.



거주자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하자들

(왼쪽 위)거실 발코니 확장 부위, 침실 발코니 확장 부위 / (왼쪽 아래)거실 발코니 확장 벽체 부위 , 현관 마루 확장 부위

확장 부위의 곰팡이와 결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확장 공사 후 위와 같은 하자를 겪는다. 아래층이 확장하지 않은 채로, 본인의 집만 확장했을 때는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곰팡이와 결로가 생기는 이유는 딱 잘라 말해 ‘표면이 차갑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면 표면에 물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따라서 해결 방법도 한 가지, 표면을 따뜻하게 해 주면 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표면에 단열재 혹은 단열 벽지 등을 붙여서는 안 된다. 바닥 혹은 벽이나 천장의 구성요소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다.

무방비로 노출된 화장실 소음과 악취

[사진 1]는 화장실 천장 안쪽의 모습으로, 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에 큰 틈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는 벽 건너편에 1층부터 최상층까지 배관이 이어져 있는데, 이를 ‘배관 피트’라고 부른다. 경우에 따라 이 배관 피트가 소음과 냄새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사진 2]의 왼편에 은색 부분은 철로 만들어진 배관으로, ‘스파이럴 덕트관’이라 부른다. 배관 피트 내부에서 결로수 혹은 누수로 인해 물방울이 맺혀 스파이럴 배관에 떨어지면 철판에 물이 떨어지듯 ‘떵~떵~’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사진 1)
(사진 2)

발코니 타일의 들뜸과 박리 현상

[사진 3]처럼 발코니 바닥에 타일이 분리되어 들떴다. 거의 바닥 전체가 박리되어 있다. 이는 타일 접착제의 수축과 팽창 때문에 생기는 하자로 타일의 수축 팽창력보다 접착력이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접착력의 문제는 고정재의 종류와 배합비, 시공 당시의 온도, 양생일, 접착면적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곰팡이 핀 예쁘고 화려한 집에 살 것인가?

3無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얼마나 더 들어요?”이다. 당연히 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어떤 빵 가게에서 두 가지 빵을 판다. 하나는 1,000원짜리 곰팡이 없는 빵이고, 다른 하나는 800원짜리 곰팡이 핀 빵이다. 어떤 빵을 구입하겠는가? 곰팡이 있는 빵을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반면, 많은 사람이 집을 택할 때는 곰팡이가 핀 것을 눈으로 보고도 값이 더 싸면 그 집을 산다. 너무 터무니없는 비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거주의 질에 대한 무심함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빵 가게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했을 수 있어도, 곰팡이가 피었다고 건축법 위반으로 잡혀가지는 않는다. 곰팡이와 결로, 미세먼지가 없는 집은 곰팡이 없는 빵을 먹는 것만큼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이제는 식품위생법처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가 아닐까 싶다.

신축건물은 건축법상 단열규정도 강화되고 시공방법도 개선되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모든 집이 새집일 수는 없고, 새집도 언젠가 헌 집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리모델링 시장은 디자인에만 치중해 대부분 비용을 겉치레에만 쓰고 있다. 곰팡이와 결로, 미세먼지가 없는, 거주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쾌적한 집을 찾는 여정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정광호

이 글을 쓴 정광호 씨는 건축 현장에서 10년의 실무 경험을 쌓고, 판교에 직접 거주할 제로에너지주택을 지었다. 자연에너지 활용과 복사냉방 기술 등으로 겨울철 단열은 물론, 한여름에어컨 없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이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주임연구원으로, ‘소규모 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 설계·시공 개발’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soxilo@nate.com


구성 _ 편집부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0년 1월호 / Vol.25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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