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축 아파트 때문에 "온종일 밤"..햇빛 볼 권리, '일조권' 분쟁

박민규 기자 입력 2020.01.14. 21:02 수정 2020.01.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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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80여 세대 소송에 "일조권 침해 인정" 판단
해 드는 시간 '0분'도..있는 규정도 빛 바래

[앵커]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햇빛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놓고 분쟁이 생겼습니다. 해가 잘 들던 집 앞에 높은 아파트가 올라선 건데요. 법원은 일조권의 대가로 주민들에게 70억 원의 합의금을 주라고 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아파트 옥상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햇빛이 들지만요, 바로 아래 가장 높은 층인 14층까지는 대부분 그늘이 져 있습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볼까요.

이 그늘을 만드는 건 앞에 들어서고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입니다.

최대 32층 규모로, 2년 전 재건축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말 완공됩니다.

[A씨/아파트 주민 : 하루 종일 밤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햇빛이 너무나 그립다' '단체로 우울증에 걸리겠다'…]

집 안 상황은 어떨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저희가 지금 카메라 조명을 켜고 촬영하고 있는데요, 잠깐 꺼 주시죠.

이 정도로 어둡기 때문에 낮 시간에도 불을 켜고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 밖을 한 번 볼까요. 공사 중인 회색 건물이 시야를 가로 막고 있습니다.

[권이오/아파트 주민 : 성을 쌓아 버렸어요, 완전히. (나뭇잎) 떨어져 나가는 것 보세요. 우리 마음하고 똑같이 된 거죠. 꼭 지하실에 놓은 것처럼…]

건물이 본격적으로 올라간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B씨/아파트 주민 : 단풍 드는 것, 벚꽃 피는 것 다 보일 정도였고요. 햇빛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집이라서 '남향 중에서도 최고의 남향'이라고…]

80여 세대가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이 주민들에게 준 합의금은 약 70억 원, 가구당 적게는 4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가량입니다.

[앵커]

집에 해가 드는 시간이 하루에 38분 정도로 줄었고, 아예 0분인 데도 있습니다. 문제는 건물 짓기 전에 이런 감정을 하는 게 의무가 아니라는 겁니다.

계속해서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주민들이 법원에 제출한 감정보고서입니다.

건물이 다 올라가면, 해 드는 시간이 얼마나 주는지 예측한 자료입니다.

하루에 5시간에서 8시간이던 것이 평균 38분으로 줍니다.

85세대 가운데 13개 세대는 아예 0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건축 허가 단계에선 의무가 아닙니다.

[윤규갑/재건축조합장 : (공사 시작할 때) 아무도 거기 이의를 달지 않았어요. 건축법에 하자 없이 지었음에도 부득이하게 피해가 발생했고…]

결국, 건축 뒤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하는 구조로 일조권 분쟁은 해결돼 왔습니다.

법원의 기준은 판례입니다.

일조량이 가장 적은 동짓날 기준으로 하루에 다 합쳐서 4시간, 또는 연이어 2시간 이상 해가 드느냐 이게 기준입니다.

이 시간 못 채우면 '일조권 침해'라는 겁니다.

건축법에도 비슷한 내용, 명시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규제가 되진 않습니다.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정이라서 지금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 분쟁은 막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승태/변호사 : 행정 당국에 재량을 많이 줘서 건축심의를 통해 건물의 높이, 배치를 조율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일조권 분쟁은 전국적으로 매년 10~20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재식·손준수·최무룡·홍승재)
(영상편집 : 배송희)
(영상디자인 : 최수진·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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