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소 부총리 "2000년간 단일민족, 일본이 유일"?

이가혁 기자 입력 2020. 1. 14. 21:38 수정 2020. 1. 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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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일본 부총리 (어제) : 2000년이란 긴 기간에 걸쳐 단일 민족·단일 왕조가 지속되는 곳은 여기(일본) 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결국 사과

"2000년간 단일 민족·단일 왕조가 일본이 유일?"

[기자]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이 발언, 일본에서 많이 논란이 됐는데, 오늘(14일) 국내에서도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확인해 보니까 역시나 일본 우익 역사관과 무관치 않았습니다.

[앵커]

결국 오늘 사과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이가혁 기자하고 바로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우선 "2000년 동안 단일민족·단일왕조 유일하다 일본이" 사실이 아니죠?

[기자]

사실이 아닙니다. 흔히 생각하는 혈통이나 인종 개념으로 먼저 따져보겠습니다.

현재의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특정 국가가 순수 혈통의 단일 민족으로만 이뤄진다는 건, 신화나 종교적인 내용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특히, 일본인과 일본 고대 문화가 한반도를 비롯한 대륙 쪽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게 역사학·인류학계의 정설인데, 이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그리고 2000년 동안 단일한 왕조였다, 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죠?

[기자]

그건, 현재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되는 그런 주장입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일본 내 소수 민족 중 하나인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인을 선주민족 그러니까 먼저 일본 땅에 살고 있던 다른 민족이라고 명시했습니다.

30여 년 간 진통 끝에 작년에 이 법안이 나온 건데, 그 과정에서 유엔이 일본 정부에 "소수 민족 차별하지 말라" 이렇게 공식 권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현직 부총리가 이야기를 한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잊을만하면 일본 정치권에서 나오는데요. 8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아소 부총리가, 총리 시절인 2005년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아소 다로/당시 일본 총리 (2005년 10월 15일) : 한 국가, 한 문명, 한 언어, 한 문화, 한 민족의 나라는 일본 외에는 없습니다.]

이 밖에 저희가 일본 의회 회의록 등을 찾아보니까, 이렇게 일부만 좀 가져왔습니다.

잊을만하면 나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앵커]

정치인들이 계속 이렇게 써먹는 거 보면, 뭔가 목적이 있을까요?

[기자]

한마디로 '우익 지지자 결집을 위해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잘 정리된 대표적인 책이 일본 극우 인사 니시오 간지라는 사람의 책인 < 국민의 역사 > 입니다.

극우 역사 교과서 운동을 촉발시킨 책인데요.

"일본 역사는 다른 나라 사료에 구애받지 말고 써야 한다" 이런 주장이 담겨있습니다.

'수 천 년간 일본이 단일한 민족정신을 발전시켰다' 이런 내용도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내에서도 "학문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없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을 제멋대로 해석하거나 일부러 누락했다" 이렇게 평가가 나옵니다.

한마디로 황국사관, 그러니까 '민족성이 우수한 일본이 아시아와 또 넘어서 세계를 제패하겠다' 이런 일념의 100년 전에 나온 그 사관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바로 그 점에서, 우리도 이제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일본에서 나온 뉴스라고 해서 저희가 무시할 것이 아닌 게 19세기 말에 일본이 홋카이도 지역을 지배하면서 아이누 인은 토인법이라는 법을 적용받아서요, 토지를 몰수당하고 고유한 언어와 문화, 이름을 빼앗겼습니다.

보시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내용들이죠.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수한 자민족이 그렇지 않은 타민족을 지배한다, 심지어 그게 정당하다', 이런 극우적 시각이 역사나 법을 넘어서 고스란히 정치인의 말로 뱉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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