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화폐가치 60% 급락·경제 위기 항의, 은행 공격하는 레바논 시위대

변선구 2020. 1. 15. 10: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 불안과 화폐가치 급락에 항의하는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가 중앙은행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시중 은행을 공격했다.

1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중심가 하므라 거리에서 한 반정부 시위 남성이 소화기로 현금인출기를 부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밤까지 이어진 거리 시위에서 얼굴을 가린 일부 시위대는 은행 창문과 현금 인출기를 부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고 로이터 등이 전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최루탄을 잇달아 발사하며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맞서면서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1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중심가 하므라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은행 창문을 부수고 있다.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중심가 하므라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은행 창문을 부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충돌은 베이루트 중심 번화가 도로에서 벌어졌으며 시위대는 전날부터 이 일대 도로를 봉쇄한 채 농성을 벌이며 정부 엘리트 관료들이 급격히 무너지는 경제에 대한 대책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1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북쪽 잘엘딥 시내에서 한 시위자가 주요도로 봉쇄를 위해 불을 질렀던 타이어 위로 뛰어나오고 있다.[EPA=연합뉴스]

특히 최근에는 외환관리에서 달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경제 불안과 경기 침체로 은행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 됐다.
시위에 참여한 21세의 대학생 알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것은 은행과 중앙은행의 정책 때문”이라며 “물가는 오르는데 더는 돈도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레바논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시내에서 충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에 하산 디아브가 새 총리로 임명된 이후에는 비교적 평온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다수를 점한 여당이 임명한 디아브는 지금까지 복잡한 정치세력과 정파 사이에서 비상내각을 구성하는 것조차 실패했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중앙은행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밤 시위는 다시 격화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여러 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시위대가 중앙은행 건물을 둘러싼 금속제 울타리를 제거했으며 경찰은 "폭도들이 중앙은행을 습격해서 여러 명의 경비요원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중앙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수십 년째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레바논은 지난 몇 주일 사이에 화폐가치가 60%나 떨어졌으며 보유 외환도 바닥이 난 상태이다. 은행들은 달러 등 외화예금의 인출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해 기초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레바논 국민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서 주방도구를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외화예금의 동결 등 자기 자산이 위험에 처했다는 집단 공포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몇 주일 동안에는 자기 예금을 찾지 못한 일반 은행 고객들이 은행 안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이젠 더는 은행을 못 믿겠다며 자기 돈을 잃어버릴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변선구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