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세운 116억짜리 태양열발전소, 8년만에 사라졌다

김윤호 2020. 1.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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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실적 전무, 연구 실적 4건 뿐
세금 수십억원 사라졌다는 지적
"전기 생산 발전소 개념 아니라 연구시설"
"연구할 수 있는게 더는 없어 철거한 것"
2011년 준공 당시 '타워(Tower)형 태양열발전소 모습. 현재는 철거 후 이 부지엔 아무것도 없다. [중앙포토]
타워형 태양열발전소가 철거된 후 모습. [사진 대구시]

대구시 북구 서변동 신천하수처리장 서쪽 금호강변에는 높이 46m의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국내 1호 타워(Tower)형 태양열발전소였다. 타워에는 태양열 흡수기가, 그 아래 지상에는 가로·세로 2m짜리 태양열 반사경 450여개가 설치돼 있어 장관을 이뤘다.

이 태양열발전소는 대구시·대성에너지 측이 116억원을 들여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세웠다. 이 가운데 국비(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가 71억5000여만원이고, 대성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협력업체 투자비가 45억원 정도다.

지난해까지 이렇게 서 있던 태양열발전소가 최근 철거됐다. 대구시는 15일 "지난달 대성에너지 측이 2억원 정도의 철거비를 들여 금호강변에 있는 발전소 시설물을 뜯어냈다"고 밝혔다. 100억원이 넘는 투자비가 8년 만에 사라져버린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사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가스 업체인 대성에너지는 협력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신재생 에너지 과제 사업에 참여했다. 태양열 시설이 전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한지 등의 과제를 수행, 5년간 연구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었다.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를 철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구시]


이렇게 해서 국비를 지원받았고, 연구 수행을 위해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를 짓게 됐다. 대구시는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한다는 명목으로 금호강변에 발전소를 세울 땅을 대성에너지 측에 제공했다. 연간 부지 사용료 8000만원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2008년~2013년까지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았다.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는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소와 작동 방식이 달라 당시 주목을 받았다. 보통 태양광 발전은 태양전지판이 햇빛을 전기로 바꾼다. 그러나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는 지상에 설치된 반사경이 태양열을 받아, 타워에 있는 흡수기로 보내면 1000도에 이르는 열이 생긴다.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생산한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2013년 세계 에너지총회를 유치했던 대구시는 당시 언론에 국내 1호 타워형 태양열발전소가 대구에 들어선다고 알렸다. 대구시·대성에너지 측 이름으로 "발전소를 통해 태양열 설비와 반사판 등을 수출하고 에너지 관련 연구 실적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발전소 자체 발전용량은 200㎾로 매일 80여 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을 예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발전소 실적은 초라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과제를 끝낸 뒤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발전소 설비와 반사판 수출 실적은 없다. 8년간 만들어낸 연구 실적 역시 모두 합해 4건(특허 3건 포함) 정도가 전부다. 전력 생산량도 예상치에 근접하지 못했다. 200㎾를 예상했지만, 20~50㎾를 만들어 내는 데 그쳤다. 결국 대구시·대성에너지 측은 발전소 기능이 더는 없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철거비 2억원을 들여 시설을 뜯어낸 것이다.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를 철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구시]


대구시의 한 간부는 "처음부터 정부 기관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 시설이었고, 그 연구가 끝이 나고, 더는 용도가 없으니 시설을 철거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 없는 시설을 금호강변에 지어, 매년 세금으로 시설을 유지하는 것도 대구시로선 부담"이라고 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연구 과정 중에 20억원 정도는 추후 컨소시엄(대성에너지와 협력업체들)이 다시 정부에 반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소는 처음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시설이 아니라, 연구 목적의 시설이었다. 연구는 그대로 했고, 수출 등 사업 부분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연구시설, 전기생산 시설을 떠나) 결론적으론 수십억원의 세금이 없어졌고, 대성에너지 측도 막대한 사업비를 손해 본 것 아니냐. 효과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당시 신재생 에너지라는 정책에만 발맞춰진 전시성 사업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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