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회장에 참패한 日..법무상, 해외 언론 기고 등 반박 '안간힘'

장지영 기자 2020. 1.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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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에서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 이어져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곤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이 9일 새벽 도쿄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탈주극을 계기로 비판이 높아진 일본 사법제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변론에 나섰다.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 사법제도는 피의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기고를 게재했다. 앞서 지난 2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사법제도를 비판한 WSJ의 칼럼에 대한 반박성 글이다.

모리 법무상은 “WSJ의 칼럼은 일본의 형사 사법제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유죄율이 높은 것은 충분한 증거가 있는 사건만이 기소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수사나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며 기소 전후 묵비권 행사나 변호인 입회, 보석, 배우자 접견 등 피의자 권리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법무상이 직접 외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의 탈주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일인데다, 그가 전 세계 언론에 “일본의 사법제도는 불공정하며 인권 원칙을 저버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모리 법무상은 앞서 곤 전 회장이 9일 레바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연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영어와 프랑스어로 반론에 나섰다.

모리 법무상은 도주한 곤 전 회장이 일본의 강압 수사를 탓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에도 심야 긴급 회견을 개최하며 일본의 정당성을 주장했었다. 다만 모리 법무상은 당시 회견에서 “곤 피고는 (일본) 사법의 현장에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모리 법무상은 나중에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지만 곤 전 회장 측의 비웃음만 샀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유죄를 증명하는 건 검찰이고, 무죄를 증명하는 건 피고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사법제도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니 당신(모리 법무상)이 틀린 건 이해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일본 정부의 해명 노력에도 곤 전 회장 문제와 관련해 일본 사법제도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모리 법무상이 반박 기고를 게재한 날 미국 공화당의 로저 위커(미시시피) 상원 상무위원장은 기고를 통해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로저 위원장은 곤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됐다 풀려난 그레그 캘리 전 닛산 사장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행동은 외국인에 대한 기업 풍토에 전세계적인 의심을 품게 하고 켈리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곤 전 회장에 대한 일본 검찰의 수사 관련 아베 신조 총리에게 권리보호 관점에서 수차례 개선을 요청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언론인과의 신년 모임에서 곤 전 회장의 도주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지만 일본의 구속과 수사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곤 전 회장의 탈주극 이후 전 세계가 일본 사법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비판 대열에 섰다. HRW가 일본 사법제도에 대해 ‘인질사법’이라고 꼬집는 바람에 일본은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곤 전 회장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지수지만 앞으로도 일본 사법당국의 자존심이 상처날 일이 적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일본에서 곤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유명 변호가 2명이 사임했다. 히로나카 준이치로 변호사와 다카노 다카시 변호사가 이날 도쿄지방법원에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일본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AP 통신은 “두 변호사의 사임은 예견됐다”면서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뒤 이들에게도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일본 변호는 가와즈 히로시 변호사 등 3명이 계속 맡을 예정이지만, 재판 당사자인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탈주함에 따라 향후 재판 일정은 불확실 하다. 이날 곤 전 회장 도주 이후 처음으로 관련 사건의 재판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 전 준비 절차가 도쿄지법에서 진행됐다. 도쿄지법은 곤 전 회장의 재판을 함께 기소된 다른 재판들과 별도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켈리 전 닛산 대표이사와 닛산 법인의 첫 공판은 이르면 올해 4월에 열릴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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