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차르' 푸틴, 개헌으로 영구 집권 노리나 [정원식의 '천천히 본 세계']

정원식 기자 2020. 1. 16. 1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의회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연합뉴스

TV 생중계 국정연설서 개헌·국민투표 구상 발표 후임 대통령 권력 줄여…‘실세 총리’ 군림하려는 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구 집권 플랜’에 시동이 걸렸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에서 개헌과 국민투표 구상을 밝혔고, 그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몇시간만에 자신을 포함한 내각의 총사퇴를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즉시 사의를 수용하고 이날 밤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네 번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푸틴 대통령 계획의 밑그림이 엿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TV로 70분 동안 생중계된 연설에서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총리 및 각료 임명권을 의회로 옮기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회의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이어 이런 내용의 개헌은 “러시아 정치 체제에 커다라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 여부를 최종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 중앙선관위원장은 개헌 작업이 공식화하면 올해 안에 국민투표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2012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2018년 재선에 성공해 네번째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1999년 이후 20년 이상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이 현재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을 놓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연속해서 세 차례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 조항을 고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현행 ‘3연임 불허’ 조항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연설을 통해 드러난 집권연장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2008년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앉히고 자신은 실세 총리로 군림했던 2008년처럼 2024년 이후 총리직에 오르는 방안이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 뜻대로 개헌이 될 경우 후임 대통령은 총리와 각료 지명권을 의회에 내주고 의회가 지명하는 총리 및 각료 후보를 거부할 권한도 없어지는 등 권력이 약화된다. 다른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 자문기구 국가위원회 수장이 되는 것이다. CNN은 “국가위원회의 역할이 현재로서는 불분명하지만 권력기관들의 분쟁시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층 빌딩에 설치된 대형 전자스크린에 1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내각 총사퇴 선언은 푸틴 대통령 집권연장을 위한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개헌 국민투표를 실행해야할 푸틴 대통령으로선 악화된 민심을 달래야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위해 내각 총사퇴를 택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경제재재로 성장률이 둔화됐고,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연금개혁도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스크바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메드베데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푸틴 “개헌은 시민사회·정당·지방정부 역할 강화하려는 것”

미국 언론들은 사망 때까지 공식 직함 없이 일인자 자리를 유지한 중국 덩샤오핑, 29년간 장기집권한 후 지난해 3월 퇴임하고도 집권당 총재로 강력한 권한을 유지하는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국부’로서 말년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모델을 따르는 것이 그의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산더 나발니는 트위터에 “평생 동안 유일한 지도자로서 국가를 장악하는 것이 푸틴의 유일한 목표”라고 비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