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5만 원 주며 "오빠라 불러"..女단원에 '군림' 시의원

남효정 입력 2020. 1. 16. 20:01 수정 2020. 1. 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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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남효정 기자입니다.

제가 지금 복사해서 들고 있는 5만원권 지폐를 보면, 누군가 날짜와 서명을 적어놨습니다.

경기도 안산시의회의 한 시의원이 직접 남긴 건데요.

이 시의원은 시에 소속된 국악단의 한 젊은 여성 단원에게 이 지폐를 건네면서 자신을 '오빠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안산시 국악단의 많은 여성 단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지난 1996년 창단한 경기도 안산의 시립국악단.

단원만 40여 명에 달하고, 해마다 50여 차례 공연을 소화합니다.

2018년 11월엔 일본에서 순회 공연도 열었습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가진 회식 자리엔 동행했던 시장과 함께 당시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종길 시의원도 함께 했습니다.

[정종길/안산시의회 의원] "화이팅 하시고! 늘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처음 만난 한 젊은 여성 단원과 얘기를 나누다 '자신을 '오빠'로 불러달라'고 말합니다.

여성 단원의 고향이 자신의 출신 지역과 가깝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A 씨/안산시립국악단원] "오빠가, 오빠가 그랬잖아 오빠가 해줄게 막 이런 식으로 했어요. 그 분은 어쨌든 저보다, 저희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분이라. 되게 난감한 상황이었죠."

회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정 의원은 이 여성 단원을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를 꺼내 직접 서명을 한 뒤 건네면서 큰소리를 쳤습니다.

[A씨/안산시립국악단원] "'네가 진짜 힘들고 어려울 때 가지고 오면 백 배로 불려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상당히 기분이 나빴죠. 솔직히 벙하고. 꺼림직하긴 하더라고요."

이 단원은 불쾌했지만, 정 의원이 국악단 운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분이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 날 이후, 정 의원은 국악단 회식 자리에 수시로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5월엔 국악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여성 단원을 지목해 "회식 때 그 옆 자리에 앉을 테니 비워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B씨/안산시립국악단원] "지금 이 시대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만약 제 딸한테 그랬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날 회식 때, 단원들은 이 여성 단원 주변에 빈 자리가 나지 않게 둘러앉았다고 합니다.

단원들의 불만이 커지는데, 오히려 정 의원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A씨/안산시립국악단원] "주차장에서 손이 이렇게 오더니 (정종길 의원이) '오빠가 이렇게 어깨에 손 올리면 기분 나빠?' 이러는 거예요. 되게 약간 소름 돋았거든요."

정 의원은 시의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국악단 연습실에도 자주 찾아갔습니다.

[C씨/안산시립국악단원] "누군가 온 걸 봤다 이러면 톡을 보내는 거예요. '정종길 떴다' 이렇게. 누군가가 와서 주시(하면), 집중하는데 일단 흐트러지죠."

국악단의 3분의 2에 달하는 여성 단원들이 특히 '괴로웠다'고 호소합니다.

정 의원은 젊은 여성 단원에겐 유독 반말을 썼습니다.

[C씨/안산시립국악단원] "'커피 좀 타 와' 이렇게. 권력자라고 생각을 하니까 타다 주고."

정 의원은 평소 연습 중인 여성 단원들의 사진을 찍어가고, 공연을 마친 몇몇 여성 단원들에겐 '예쁘다'며 개인 전화번호를 묻기도 했습니다.

[D씨/안산시립국악단원] "'어우, 무대에서 되게 예쁘더라' 공연을 보러 왔으면 감상을 해야지. 귀가 아니라 눈으로 감상하러 왔나 (생각했어요.)"

참다못한 단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려하자 정 의원은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도 쏟아냈습니다.

[정종길/안산시의원(녹취)] "지금처럼 섣불리 나오면 문화국장, 예술과장 우후죽순처럼 날아갑니다. 누구를 죽이려고 그러는 거예요, 도대체. 감당할 자신 있으면 하시라고요."

노조 결성을 주도한 남성 단원을 가리켜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말도 했다고 합니다.

[A씨/안산시립국악단원] "000 조심하라고, 팔 다리 잘라 버리겠다고."

단원들은 안산시와 시의회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습니다.

[안산시청 복지예술과 담당자] "의원님이 그분들한테 성희롱을 한 걸 못 봤어요, 저희는."

[안산시의회 의장] "주장만 현재 있을 뿐이고. 당사자는 아니라고 주장을 하니까. 윤리위원회가 이미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지나버린 이후였어요."

정 의원은 MBC와 통화에서 성희롱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정종길/안산시의원] "성희롱 발언 없었습니다. 성희롱 발언 있었다면 저는 의원직을 걸고라도. 성희롱을 내가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단원들이 연습을 잘 안해서 연습장에 자주 들렀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종길/안산시의원] "000 악장, 본인이 와서 사진찍으라고 했고요. 갈 때마다 연습 열심히 안 했고요. 단원들 다 흩어져 있었고요."

노조 탄압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정종길/안산시의원] "노조를 탄압했거나 노조 와해시키려고 했거나 (그런 적) 거의 없고. 그 쪽에서 주장하는 거에 일정 부분 단 한 개도 제가 그걸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시립국악단 노조는 그동안 단원들이 당한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로간다 남효정입니다.

남효정 기자 (hj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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