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경한 전 법무 "윤석열의 요구, 초법적 아닌 합법적"

조강수 2020. 1. 1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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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 전 장관, 문 대통령 회견 반박
"제3의 장소 회동은 인사보안 때문
검찰총장 장관급 예우 오랜 관례
대통령 실상 몰라 초법적이라 발언"
김경한. [뉴스1]

“초법적 관행이 아니라 인사 보안을 위한 합법적 전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다음 날인 15일 전화 통화에서 김경한(76·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사진) 전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만나 검찰 인사를 협의하는 문제를 두고서다. 전날 문 대통령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초법적 권력과 권한, 지위를 누린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론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인사안을 먼저 달라거나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협의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이던 김 전 장관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안을 협의하자며 30분 전에 불러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지 않자 ‘내 명을 거역했다’고 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초법적 관행’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검찰의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관과 총장의 인사 협의 절차와 특유의 전통이 생긴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가 평검사 때부터 시작해 검찰과장 3년 등 인사 담당 부서에 오래 근무했고 실·국장, 장·차관까지 검사 생활의 절반(15년) 이상을 법무부에서 근무했다”고 운을 뗀 직후다.

Q : 제3의 장소서 만나는 관행은 왜 생겼나.
A :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인사 보안.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나타나면 시중에 숨기기 어렵다. 곧 검찰 인사가 있다는 게 알려진다. 인사는 보안이 생명인데, 그러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둘째는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다. 장관이 검찰총장을 오라 가라 호출하지 않는다. 국세청이나 조달청 등이 그럴수는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장이 아니라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총수다. 우리가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예우하는 것과 비슷한 취지다. 윤 총장이 장관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그런 전통과 관례에 따른 것으로 짐작된다.”
“대검 간부는 총장 의견 반영 … 장관·총장 사이 고성 오가기도”

김 전 장관은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하는 특수한 조직이기 때문에 장관과 총장의 공식 만남에도 프로토콜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총장이 특정 장관 임기 중에 법무부를 찾아가는 건 세 번 정도다. 장관 취임식과 퇴임식, 신년 시무식이다. 그때도 행사 직전에 장관실에서 얼굴 인사를 하고 차 한잔 나누고 돌아가는 식이다. 이어진 행사에는 대검 차장 등이 참석해 도열하지만 총장은 안 간다. 그 이유는 총장에 대한 존중 차원이다. 총장은 장관급 예우 대상이다.

Q : 지난 8일의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청와대발 수사 방해’라는 지적이 많다. 조국 전 장관이나 추 장관이 점령군같이 행세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A : "중요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에 대해선 인사 대상에서 뺀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남기거나 꼭 인사를 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직무대리 발령을 내 수사를 종결토록 한다. 수사 중간에 수사팀을 흩어버리는 일은 과거에 잘 없었다. 일부 언론에선 ‘현안 수사팀 대학살’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검찰 내외부가 납득하지 못한다.”

Q : 그간 검찰 인사 어떤 절차로 진행됐나.
A : "검사 복무 평가 자료인 ‘블루북(bluebook)’을 갖고 있는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만든다. 검사장급의 경우 40여 명 정도니까 종이에 쭉 보직과 이름을 쓴 초안을 만든다. 장관이 결심하면 그걸 갖고 총장과 직접 만나 협의한다. 지금까지 장관실로 직접 오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보통 호텔 1층 비즈니스룸이나 식당에서 만나 초안을 꺼내놓고 협의한다. 총장 의견을 반영해 인사안을 다시 만든다. 이렇게 총장·장관이 한 번 이상, 두세 번까지 만났다. 이어 대통령 보고 문서를 작성한다. 백지에 인사안을 써서 만드는데 병풍처럼 펼쳐보는 식이라서 ‘병풍보고서’라고 불렀다. 표지에는 장관 사인을 위한 작은 칸과 대통령 사인을 받는 큰 칸이 있다. 그 보고서를 갖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화살표를 이리 긋고 저리 그으면 변동이 생긴다. 인사권자의 의중에 달려 있다.”

Q : 장관과 총장의 신경전이 치열했겠다.
A : "대검에서 쓸 간부는 총장의 의견을 대개 반영한다. 예외가 있다. 법무부에서 원하는 사람과 대검에서 원하는 사람이 쫑이 날 때(※경기 중 선수들끼리 부딪칠 때 쓰는 은어)다. 그땐 법무부의 의지대로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누구로 할 건지 등은 협의하다 안 되면 장관이 결정한다. 장관과 총장의 의견이 뒤틀릴 때가 종종 있었다. 얼굴 붉히는 건 예사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Q : 이번 장관·총장 간 충돌 사태의 교훈은.
A : "항상 사이가 좋은 건 아니나 이렇게까지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검찰을 적으로 보는 자세는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추 장관이나 검찰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아쉽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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