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국 1호 인사' 황희석 "'조국표 검찰개혁' 100리 중 40리 왔다"

하세린 기자 2020. 1. 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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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퇴임한 황희석 전 인권국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 인터뷰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을) 미완으로 했다지만 한배를 타고 고생을 하고, 동고동락을 한 것도 보람이었습니다."

지난 6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황희석 전 인권국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인터뷰에서 2년4개월여의 법무부 근무를 되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기 검찰국장으로 물망에 오르던 당시 전격 사표를 냈다.

황 전 국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 '법무부의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임명된 첫 비검사 출신 인권국장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직후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아 일사천리로 진행된 검찰개혁 작업의 실무 총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지난 12일엔 조 전 장관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마련된 고(故) 박종철 열사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사퇴 후 첫 만남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의 '1호 인사', '조국표 개혁'을 함께 이끌었던 황 전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국 1호 인사': 검찰개혁추진단장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김남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 /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게 된 얘기부터 해달라.
▶조 전 장관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지난해 9월9일) 장관에 임명됐다. 사실 장관이 오면 나는 자유인이 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임명날 저녁에) 기분 좋게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조 전 장관한테 전화를 받았다. 단장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내 역할은 끝난 게 아니냐'고 했더니 맡을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모르겠다'고 하고 일단 수화기 내려놨다. 그 다음날 현충원 참배를 함께 갔는데 장관 눈빛을 보고, 그 순간에 '맡을 수밖에 없겠구나' 했다. 법무부에 복귀해서 장관실에 올라가서 하겠다고 했다. 장관이 '욕 보소' 이렇게 답하시더라.

-단장을 맡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당시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소위 말해 수사를 뒤집어 놓기 위한 개혁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게(검찰개혁안들이) 얼마나 수사를 뒤집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수사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하고 검찰개혁은 (수사와) 무관하다고 했었다. 시행시기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관련기사☞조국 취임 한달만에 '검찰개혁' 시작.."특수부 당장 폐지"(종합))

-법무부 내부의 반발도 있었나.
▶인사, 직접수사 축소, 감찰 등 검찰개혁의 기본적 방안에 대해 반발이 많았다. 결국 자기들 인사, 감찰 권한의 문제니 개혁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소극적이거나 반발하거나 그랬다. 그걸 막기 위한 수단으로 조국 수사에 대해 '쉴드'를 친거라고 본다.

개혁의 강도가 순도로 10이라고 하면 4로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 감찰규정이나 인권보호수사규칙 등이 그랬다. 특히 지금 감찰규정은 어설프기 짝이 없게 구멍을 만들어놨다. 법무부가 검찰을 직접 감찰할 수 있는 걸 애매한 말로 수식을 붙여놨다.

'조국표' 검찰개혁의 성과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단장으로서 추진했던 검찰개혁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정량적 평가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전혀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더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욕심인데, 100리 중에 40리 정도 간 것 같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금지,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 확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많이 했다. 40리라고 한 건 완결도가 떨어져서다. 지금은 새로운 장관이 왔으니까 바통을 이어 받아서 정리를 해야 한다. 어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고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도 통과되면서 일단 큰틀은 짜여졌다. 이후에는 60리, 80리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종적으로는 검찰이 수사권을 내려놔야 한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수사와 기소를 (한 기관이) 같이 하면 수사의 정당성을 위해 기소를 하게 된다. 경찰의 수사 견제는 검찰이 기소를 통해 하는 거다. 증거가 부족하면 되돌려보내면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면 검찰이 기소를 못하는데.
▶이에 대한 견제장치 필요하지만, 그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하곘다고 하는 건 '오버'다.

검찰이 아무 통제도 안받고 수사와 기소를 다 하는 건 파시스트 나라를 만들려는 거다. 지금 우리나라 수준에서 검찰은 유일한 전체주의 집단이다. 이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전 세계에 아무 데도 없다. 검사들이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른다.

-정말 하려 했는데 못한 일이 있다면.
▶연내 하려 한 게 직제개편 문제인데 장관이 사임하면서 좌초됐다(직제개편은 인터뷰 이후인 지난 13일 이뤄짐). 직접 감찰을 더 강화해야 했는데 못한 부분이 있다.

조국 조기사임 예상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조 전 장관은 "불쏘시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임명 후 빠른 속도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조기 사퇴를 직감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이 조기 사임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빨리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제 개정안과 관련해 9월 중순 대통령령을 개정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순차적으로 권고하면서 착착 밟아가면 좋은데, 막 시작하고 있는데 직제 개정도 빨리 해야 한다고 하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30일 위원회가 출범하고 10월8일 취임 한달째인 날 장관이 직접 (검찰개혁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그때 '이렇게 서두르는거 보면 빨리 마무리 지으려 하는구나' 생각했다. (신속 추진 과제로) 10월 안에 해야 할 과제, 연내에 해야 할 과제로 나눴으니 10월을 넘기고 정리하실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월14일 사임 발표를 했다. 나도 당일 직전에 알았다.

추미애에게 바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16/사진=뉴스1

-'민변 출신' 검찰국장설에 대해서.
▶내가 거론됐는지 정말 모른다. (청와대에서) 나한테 의견을 묻는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해도 안했을 거다.

-왜?
▶'나는 버티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 장관이 오시길 학수고대한 거고 이어주고 버텨준 걸로 내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 일을 한다고 정말 집안을 못챙겼다. 당분간 집안을 건사할 계획이다. 선거 문제는 내가 언급할 게 없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음).

-새로운 장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워낙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전혀 걱정을 안한다. 다만 검찰 반발 등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 지가 있을 거다. 그런데 정치경험도 많으시고 능수능란하셔서 개혁의 속도, 방법, 방향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열심히 밖에서 응원하고 혹시 실무자들이 어떤 일을 할 때 경험이 필요하면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공유하는 게 제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웃음).

프로필

△경상남도 함안(53) △마산고 △서울 법학 △사법연수원 31기△조지타운대 로스쿨 법학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민변 촛불집회 변호인단 △민변 사무차장 △민변 대변인(2010~2011) △황희석법률사무소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법률특별보좌관 △민변 나는 꼼수다 변호인단 △법무부 인권국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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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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