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게 '편견' 깬 야생 늑대

김기범 기자 입력 2020. 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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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훈련도 안 받은 새끼 늑대, 개처럼 능숙하게 사람과 소통
ㆍ스톡홀름대 공놀이 실험서 확인

스톡홀름대의 공 가져오기 실험 대상이 된 새끼 늑대의 모습. 스톡홀름대 제공

새끼 늑대들을 데리고 공놀이 실험을 하던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새끼 늑대들의 행동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길들여지지도 않았고, 훈련을 받은 적도 없는 새끼 늑대들 중 일부가 개처럼 능숙하게 사람이 던져준 공을 물어와서 사람에게 돌려주는 놀이를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특히 연구진이 놀란 것은 새끼 늑대들이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과 이 같은 사회적 놀이를 했다는 점이었다.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개와 늑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16일 국제학술지 셀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13마리의 새끼 늑대들을 대상으로 공놀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생후 8주 정도 된 3마리의 새끼 늑대들이 스스로 공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새끼 늑대들은 낯선 사람이 던진 공을 물고와 그 사람에게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늑대를 개로 가축화한 것은 약 1만~4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고대 인류가 유라시아의 늑대 무리 중 일부를 길들인 것이 현재 개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보여주는 의사소통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은 길들여진 개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야생의 본능이 살아있는 늑대에게도 인간의 의사소통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스톡홀름대 연구자인 크리스티나 한센 위트는 “처음 새끼 늑대가 공을 돌려주는 것을 보았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생후 10일 된 새끼 늑대들을 상대로 다양한 행동테스트도 진행했다. 방 안에서 사람이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새끼 늑대들에게 테니스공을 던지고, 새끼 늑대가 공을 물어 돌려주면 칭찬하는 방식으로 했다. 늑대들 중 다수는 공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3마리는 공에 관심을 보였고, 사람이 보여준 의사소통 신호에 반응해 공을 돌려줬다. 연구진은 “인간의 의사소통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새끼 늑대들은 과거 개로 가축화될 당시 인간에게 먼저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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