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담당 송경호, 이성윤 앞에서 '윤석열 취임사' 읽었다

김태은 기자 2020. 1.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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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경호 3차장, 신자용 1차장, 이 지검장, 신봉수 2차장, 한석리 4차장. 2020.1.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봉건적인 명에 거역하라."
김웅(사법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가 지난 14일 이같은 사직의 글을 남긴 지 이틀 후인 16일.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성윤(23기·검사장) 서울중앙지검장 면전에서 직접수사 부서를 없애는 직제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송 차장검사는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위해 이 검사장과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이 모인 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얻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난해 7월 취임사 일부를 인용해 읽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는 구절이었다.

그는 "정치, 사회, 경제적 강자의 불법과 반칙을 외면하거나 눈 감는 건 헌법과 국민이 우리에게 맡겨준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직제개편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가 없어질 경우 정치와 경제 등 불공정 수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차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를 맡아서 이끌어왔던 수사 책임자다. 조만간 단행될 중간 간부 인사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신봉수(29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함께 교체 1순위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법무부의 직제개편 역시 청와대 관련 수사팀 교체 명분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송 차장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불공정을 수사해야 할 검찰의 의무를 중단시키지 말 것을 앞장서서 요구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인사 조치도 예감한 듯 "좋은 후배들 만나서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며 "후배들이 계속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마쳤다고 한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2019.10.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짝' 김웅에게 "처음 감사의 마음 전한다"
송 차장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후 김 교수가 남긴 이프로스 사직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는 "대학 입학 전부터 시작된 인연, 그 동안 고비고비마다 여러 도움을 주셨습니다. 처음 감사의 맘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 어디에서나 주변에 영감을 주면서 빛날 것입니다"라며 김 교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송 차장검사와 김 교수는 서울대 동문이다. 각각 법대와 정치학과로 과는 달랐지만 대학 내내 학과 공부와 농구 등 생활을 함께한 단짝 친구였다. 사법고시 공부도 함께 했다. 그 결과 1997년 나란히 사법고시에 합격해 함께 검사의 길을 걷게 됐다.

검찰에 들어와서는 두 사람의 길이 많이 달라졌다. 송 차장검사는 특수 라인으로, 김 교수는 공안 부서를 거쳐 형사를 주 전공으로 하면서 접점이 줄었다. 그래도 사적으로는 부부 동반 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여전히 검찰 내 가장 가까운 단짝이었다.

이들의 길이 완전히 엇갈리는 듯한 때도 있었다. 김 교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 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의 선봉에 서 검찰이 특별수사 등 직접수사를 줄여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윤석열 사단'이 중심이 돼 검찰이 '적폐수사'에 앞장서며 특수부 규모를 키우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반면 송 차장검사는 '적폐수사'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윤석열 사단' 핵심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 때 김 교수가 검경수사권 조정을 놓고 정부에 반기를 들어 좌천성 인사를 당한 데 비해 송 차장검사는 3차장검사로 승승장구해 두 사람 간 차이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이들은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검찰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데 용기를 보여준 내부 인사가 됐다.

(서울=뉴스1)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 강화 프로그램 참석을 마치고 배성범(왼쪽) 법무연수원장, 김웅(왼쪽 세번째) 법무연수원 교수 등의 배웅을 받으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한국일보 제공)2020.1.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사 날 때 나더라도…"
김 교수의 사직 글엔 사흘 만에 630여명의 검사가 댓글을 달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전체 검사 2200여명 중 3분의 1 가까운 수가 공개적으로 동의를 표하며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는 뼈아픈 말을 되새겼다.

송 차장검사의 목소리 역시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공개 반대로 이어졌다. 송 차장검사의 발언 이후 역시 부장검사들이 잇따라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해선 안된다며 이 검사장에게 "개편아 통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시절 만든 검찰 직제개편안을 이 검사장 앞에서 반대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결국 이 검사장은 간부들의 반대 의견을 취합해 대검에 보냈고 대검은 이를 반영해 법무부에 직접수사부서 폐지를 반대한다고 공식 반대 의견을 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기준으로 교체 대상 가능성이 큰 이른바 '찍힌' 간부들도 인사가 날 때 나더라도 지금 하던대로 해야 할 일은 끝까지 다하고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비록 사표를 내지는 않더라도 조직 곳곳에서 검사의 본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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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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