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헬기 떨어져도 책임 안묻는 각서 썼다" 이국종 수제자 분노

신성식 입력 2020.01.18. 06:01 수정 2020.01.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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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수제자' 정경원 아주대 교수의 분노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 [사진 정경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는 이국종 교수의 분신이 여럿 있다. 이 중에서도 정경원 외과 과장과 김지영 매니저 간호사는 남다르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해 저서『골든아워』의 부제에 '정경원에게'를 넣었을 정도다. 이 교수 옆에는 항상 김 매니저가 있다. 이 교수처럼 항상 잠이 부족한 퍽퍽한 얼굴로 외상센터를 지킨다.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욕설 파문으로 그동안 잠재해있던 아주대 외상센터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기자는 이 교수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2011년부터 이들을 지켜봐 왔다. 외상센터와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 이들의 허탈함과 분노가 이국종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두 사람에게 사태의 작금의 상황에 관해 물었다.

정경원 교수는 "헬기를 탈 때 '죽어도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탄다"며 "이렇게 뼈를 갈아서 외상센터를 유지해왔는데,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해군 훈련 귀국 후 이국종 교수를 만났나.
A : 병원에 오지 않았다. 통화만 하고 있다. 이번 달까지 (해군 훈련) 파견 간 거로 돼 있다.

Q : 이 교수가 아주대 외상센터를 떠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A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보다 본질이 왜곡될 것을 우려하신다. (유희석) 의료원장과 개인적인 갈등·불화처럼 몰고 가니까.

Q : 이번 사태의 원인은.
A : 사태를 촉발한 것은 외상센터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 때문이다. 닥터헬기, 간호사 인력, 병상 지원 등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뼈를 갈아 넣고 해 온 건데, 하다 하다 안 돼서 폭발한 거다.

Q : 병원에서 다른 얘기가 나오나.
A : 내부인들도, 동문들도, 의료인들 사이에서 '이국종이 원인을 제공했겠지' '의도가 있어서 끌고 간다'는 얘기가 나와서 (이 교수님이) 실망하고 힘들어한다. 의료원장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외상센터 전반 운영에 대한 재단(대우학원) 등에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그동안 반복해서 해왔다. 그런데도 자꾸 왜곡하려고 하고, 병원이 완전하게 파악해서 대처하지 않고, 자꾸 면피하려고 한다.

이국종 교수가 닥터헬기 앞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소방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Q :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A : 의료원이나 재단 차원에서 (의료원장) 사임 정도로 마무리하려 하는 분위기다. 그러고는 이국종-의료원장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포장)될 거다. 그게 아니다. 이 교수는 '제대로 운영하려면 하고, 안 그러면...' 이런 입장이다. 병원에서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완전히 인정하고 큰 변혁을 제안하지 않으면 (이 교수가) 끝까지 갈 거라고 얘기한다.

Q : 병원이 인력과 병상 지원 약속을 지키라는 것인가.
A : 그런 거죠. 그런데 자꾸 우려스러운 얘기가 나온다. '병원도 (이국종에게) 할 만큼 했다' '괜히 병원이 욕할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 '외상환자만 환자냐' '수가가 낮다' 는 등의 얘기 나온다. 본질이 아니다. (병원 당국이 외상센터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몰랐던 게 아니다. 그만큼 감안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거다. 복지부가 도와줘서 적자를 메운 것도 있고. 자꾸 문제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느냐, 이거다.

Q : 일부 교수가 그런 말을 하기도 했다.
A : 제가 의과대학 교수회에 가서 설명해줬다. 모 교수가 '설명해줘서 고맙다. 너무 몰랐던 거 같아서 미안하다. 외상센터 의료진 고충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고 했다. 다른 교수들도 몰랐던 게다. 그렇다고 우리가 떠벌리고 다닐 수도 없지 않으냐. 일이 터져야 나오는 거지. 그 전에 어느 사람도 물어봐 주지도 않았다.

Q : 그래도 의대 교수회가 의료원장 사퇴 요구 성명을 냈다.
A : 한편으로 힘이 된 것이 맞다. 하지만 성명서를 보면 의료원장이 욕설한 부분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수회도 그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유희석 원장의) 직장 내 갑질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다 그런 거다. 왜 그런 일이 있었고, 반복되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교수회도 빨리 봉합하고 싶어한다. 적당히 사과하고 (유희석 원장이) 사임하는 선에서 끝내려 한다. 저는 잘 모르겠다. 이국종 교수는 그게 아니다. 누구 한 명 물러나는 거로 되지 않는다.

Q : 누가 나서야 하느냐.
A : 궁극적으로 재단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내부 모습. 오종택 기자

Q : 이 교수가 (해군 훈련) 떠난 뒤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는다는데.
A :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해 환자를 이송하는 게 중단된 건 맞다. 탑승할 인력이 없다. 헬기를 운용할 여건이 안 돼 있다.

Q :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
A : 닥터헬기 운항(지난해 9월께)을 시작할 때 의사 5명, 간호사 8명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당국이 의사 1명, 간호사 5명으로 잘랐고,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병원 측이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겨울에 병원 옥상에 헬기가 이착륙하려면 열선이 깔려야 한다.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안 됐다. 안전과 직결된다. 지상은 위험하다. 옥상 헬기장 아래층에 구조대원·기장·운항관리사 등이 대기할 공간을 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 본관의 병실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12월부터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은 거다.

Q : 그동안 탑승해오지 않았나.
A : 그건 혼신을 다해서 한 거다. 병원에서 약속을 지켜줄 줄 알고 해 온 거다. 외상 외과 의사가 하루 당직에 4명, 간호사가 서너명 있어야 한다. 외상센터 전담팀이 있어야 한다. 닥터헬기 전담팀도 있어야 한다. 아니면 환자 후송 나가기 어렵다. 그 전에는 억지로 해 온 거다. 24시간 365일 병원 근처 집을 떠나지 못했다. 밥 먹으러 멀리 못 갔다. 응급 호출받고 신호 무시하고 차 몰고 와서 환자 받았다. 더는 못 한다.

Q : 정부 책임은 없나.
A : 이런 상황이면 복지부가 닥터헬기를 (아주대에) 주면 안 된다. 아주대는 받는다고 하면 안 됐다. 복지부 책임이 있다. 경기도도 책임 있다.

Q : 그래도 그동안 해 왔다.
A : 물론 그동안 해왔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간 (우리가) 한 걸 (누가) 치하했느냐. 우리가 상을 받았느냐. 헬기 떨어지지(다른 헬기 사고를 지칭), 병실 안 주지,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지. 헬기에서 떨어져 죽어도 국가에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쓰고 타왔다. 누가 책임지느냐. 6명의 의사가 그리해왔다. 원망하거나 탓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 않느냐. '이국종 없다고 의료진이 헬기 안 타더라'라고 비아냥거리니 화가 난다. 병원장님이나 복지부가 타라고 말하고 싶다.

이국종 교수가 헬기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

정 교수는 "이런 (아주대에 정부가) 닥터헬기를 주면 안 된다"고 반복했다.

정 교수는 2002년 부산대 의대를 나왔다. 2010년 외상외과 의사를 하겠다고 부산에서 홀로 상경해 이국종 교수의 첫 펠로(임상강사)가 됐다. 당시 이국종 교수는 "가족 두고 혼자 와서 병원에 거의 숙식한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때부터 이국종 곁에서 떠나지 않고 중증외상환자 진료에 매달려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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