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실세 제거 '참수작전'..북한에선 불가능한 이유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0. 1.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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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중동을 배경으로 설정된 훈련장에서 시가지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이 이란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격해 숨지게 하면서 주목받게 된 개념이 있다. 참수 작전이다. 

참수 작전은 전쟁지도부를 제거해 적을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전쟁지도부를 갑작스레 잃은 적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직면하게 되고, 조직적인 저항을 지속할 의지를 상실한다. 미국이 알카다와 이슬람국가(IS)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사살한데 이어 솔레이마니까지 사망케 하면서 참수 작전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망 직후 언론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참수 작전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눈에 띈다. ‘모처로 이동하던 중 미국 드론 공격으로 숨진 김 위원장’이라는 시나리오는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통쾌하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군 MQ-9 리퍼 무인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중동과는 다르다

미국이 참수 작전을 실행하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공격용 드론과 특수부대다. 

드론 공격은 2000년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직후부터 활발하게 이뤄졌다. 처음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MQ-1 프레데터 무인기를 투입했으나 미군도 MQ-9 리퍼 무인기를 동원해 알카에다, IS, 알샤바브 등 테러조직 간부들을 사살했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를 비롯한 특수부대는 제160 특수항공단과 함께 아프간과 시리아 등지에서 참수 작전을 수행해 이슬람 테러조직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미 공군 특전요원들이 훈련 도중 이동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같은 방식의 참수 작전이 북한에서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에 가깝다.

프레데터나 리퍼 무인기가 중동에서 테러조직을 상대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인기를 위협할만한 세력이나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전중인 아프간과 시리아, 예멘, 소말리아는 방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라크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무선통신이 활발하지 않아 무인기 통제에 필수적인 전파 주파수를 해당 국가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무인기 활동을 위협할 요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북한은 6.25 전쟁 이후 수십년에 걸쳐 방공망을 구축해왔다. 무인기로 공격하거나 특수부대를 헬기로 평양에 침투시키려면 전자전을 통해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해야 하는데, 이는 기습 효과를 사라지게 한다. 참수 작전의 가장 큰 이점인 은밀함을 발휘할 수 없다면, 작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전이 해당 국가를 공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도 있다.

미군 MQ-9 리퍼 무인기가 무장을 탑재한 채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위원장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난제다. 수뇌부를 제거하려면 정찰위성과 무인기, 전파 감청 외에도 정보원이 전달하는 첩보가 필요하다. 미국이 빈 라덴과 알 바그다디,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정보원들이 입수한 정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폐쇄적이고 통제가 심한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동선에 대한 정보는 입수가 매우 어렵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김 위원장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자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위장술에 말려들어 참수 작전을 섣불리 감행하면, 그 후폭풍은 가늠조차 쉽지 않다.

◆전면전 위험 감수해야 

김 위원장을 제거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전쟁지도부가 사라진 직후 북한군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빈 라덴이나 알 바그다디가 이끈 테러조직은 미 본토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없다. ICBM이 없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동 주둔 미군이 위협을 받을 수는 있으나, 본토 공격에 비해서는 위험 수준이 떨어진다.

북한이 발사한 북극성 계열 미사일. 왼쪽부터 북극성, 북극성-2형, 북극성-3형 미사일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북한은 다르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전쟁지도부와 연락이 끊어진 상황에 대비한 체계를 갖고 있다. 냉전 시절 소련은 자국 영토에서 외부 세력에 의한 핵공격 징후가 탐지되면 소련이 보유한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도록 설정한 무인 보복 체계를 구상했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준비한 적이 있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핵 통제체계를 구축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안정적인 핵전력 운용을 가능하게 하지만 참수 작전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유사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전쟁지도부를 잃은 북한이 장사정포와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남쪽을 향해 발사하면서 ICBM을 미국 본토로 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북한 미사일을 100% 요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미 본토에 ICBM이 한 발이라도 떨어진다면, 그 충격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같은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참수 작전을 발동하면서 북한군 주요 시설을 동시에 타격해 무력화해야 한다. 황해도 삭간몰 등에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지와 공군기지, 남포와 원산 등 주요 항구에 주둔한 해군 부대, 휴전선을 담당하는 전연군단 사령부, 평양 소재 총참모부와 인민무력성, 총정치국 등이 포함된다. 

이들을 종합하면 파괴 대상 표적은 수천개에 달한다. 이들 표적은 드론과 특수부대로 제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미군 핵추진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한국군 탄도미사일 등 한미 연합전력을 대거 동원해야 한다. 이 정도면 전면전 수준의 선제타격이다. 중동식 참수 작전이 불가능한 이유다. 미국에서 2017년 제한적 타격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코피 작전’이 거론됐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참수 작전을 준비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우리 군은 2017년 12월 특수임무여단을 만드는 등 관련 준비를 진행해왔다. 한미 연합군이 참수 작전을 감행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북한이 의식하게 되면, 지도부의 움직임에는 제약이 따른다. 김 위원장이 이동 과정에서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 군보다 자원이 훨씬 부족한 북한군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목표로 참수 작전을 추진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중동에서 벌어진 솔레이마니 사망 사건은 미국이 한반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작전을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게 한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아니었고, 이란은 핵무기나 ICBM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제한적인 보복에 그쳤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중동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자칫하면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도 있다. ‘중동에서도 가능했으니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식의 참수 작전 거론이 위험한 이유다. 한반도는 중동이 아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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