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추미애가 역사에 남을 법무장관이 되는 법

오경묵 기자 입력 2020.01.18. 16:16 수정 2020.01.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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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은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처럼 ‘검찰개혁’ 작업에 거침이 없다. 임명 엿새 만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를 모조리 좌천시켰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13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 직제개편도 착착 진행 중이다. 차장검사·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 인사 채비도 갖췄다. 현 정권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은 반토막 나거나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무부는 정부과천청사에 있는데 지난 16일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동에 법무부 대변인실 분소(分所)를 만들겠다고 했다. 언론이 검찰 수사 내용이나 입장은 잘 싣는데 법무부 정책은 잘 다루지 않아 기자들과 스킨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가까워지면 정책을 알리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입 기자 사이에선 "만날 검찰과 언론이 유착돼 있다더니 이제 아예 여기 와서 감시할 모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국 사태 때 여권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검-언 내통설'을 염두에 둔 반응이었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자기들에게 불리하면 내통이고, 유리하면 정당한 법집행이냐"며 "저런 외눈박이들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결국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광풍처럼 몰아치는 추미애식(式) 검찰개혁은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패싱'이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화를 걸어 "만나서 간부 인사 논의를 하자"고 할 때는 "인사안이 청와대에 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튿날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놓고서 딱 30분 전에 윤 총장을 불렀다. 윤 총장이 "인사안을 봐야 의견을 낼 수 있다"고 하자 ‘명(命)을 거역했다’고 단정짓고 인사를 발표했다. 결국 윤 총장의 수족은 모두 잘려 나갔다.

법 절차를 무시하고도 잘못은 윤 총장에게 돌리는 노회한 정치인다운 기술. 이낙연 국무총리가 "검찰의 의견 청취 거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한 뒤 시행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공개됐다. 곧이어 추 장관이 법무부 관계자에게 "가만둘 수 없다" "관련 법령을 검토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찍혔다. 이날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일제히 윤 총장을 공격했다. "인사안을 보여달라"는 윤 총장의 행동은 항명으로 규정됐고, 어느새 감찰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리고 나흘 뒤, 제1야당을 뺀 범여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추 장관은 여당 의원들에 둘러싸여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국민 상당수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추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식이 박수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인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모습도 엿보인다.

이제 추 장관에게 듣고 싶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범죄도 뿌리를 뽑으라"는 추상 같은 법무장관의 명(命)을. 공정한 법 집행과 검찰개혁 모두를 성공시킨 법무장관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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