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컨테이너에서 죽을 뻔했는데 다들 퇴근했어요"..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최유경 2020. 1. 1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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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20대 남성이 밀폐된 컨테이너를 청소하던 중 독성물질에 중독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직접 사고 현장을 가보니, 해당 업체는 유독성 물질을 다루는 작업자에게 방독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고, 여태 보상은 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의식을 잃었던 남성, 그 전에도 4번이나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안전규칙은 내팽개친 듯한 이 업체, 최유경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전남 광양항에 있는 컨테이너 세척 작업장입니다.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28살 송병지 씨가 작업 도중 의식을 잃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이 송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탱크 컨테이너 작업 현장입니다.

당시 송 씨는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혼자 컨테이너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송 씨가 쓴 세척제는 '톨루엔', 대표적인 유독성 물질입니다.

[송병홍/송병지 씨 형 : "이 안에 쓰러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안에 들어가서 세척작업을 하는 건데.) 네, 네."]

지난주 퇴원은 했지만, 송 씨는 어지럼증과 불안증세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사고 다음 날 아침에 의식이 돌아왔고 그때부터가 기억이 납니다. 머리가 아프고 너무 어지럽고 기침을 많이 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업체는 방독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까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작업을 혼자 해, 다른 직원들은 송 씨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퇴근했습니다.

그날 저녁,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에 의해 송 씨는 발견됐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만약 어머니가 찾아가질 않았다면 병지 씨가?) 그 다음 날 아침에 그분들이 출근해서 얘를 발견했겠죠. 생각하면 좀 무섭죠."]

송 씨는 원래 검수 업무를 맡았지만, 안전 교육도 안 받고 청소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회사 자체 조사에선 송 씨가 4차례나 비슷한 일을 겪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서승은/송병지 씨 어머니 : "'4번씩이나 쓰러질 때까지 회사에 그렇게 방치를 해놓느냐'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다 큰 애한테 회사에서 (조치)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회사는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며 송 씨에게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KBS에서 나왔는데요.) 아, 저희 뭐 특별하게 인터뷰할 사항은 없을 거 같고..."]

회사는 또, 송 씨가 톨루엔을 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송병지/피해자/28살 : "여러 가지 심정이 복잡합니다, 솔직히. 아니 분명 말한 대로 뿌리는 약이라고 그렇게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수노동청 점검 결과 환기와 출입 인원 점검, 감시인 배치 등 밀폐 공간 작업 때 지켜야 할 안전규칙 대부분을 지키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신영민/여수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 :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횟수가 많은 사업장으로 일반 사업장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데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미흡하게 시행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송 씨처럼 유해물질에 중독돼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한 해 100명 가까이 됩니다.

현장K 최유경입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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