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위챗'서 해외 태그 1위는 서울..中 국민메신저로 본 중국인

정원엽 2020. 1.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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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5100만 명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쓰는 모바일 메신저.

중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국민 메신저 '위챗' 얘기다. 중국인에게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모바일 라이프'의 중심이다. 위챗의 간편결제 '위챗페이'는 8억명 이상이 쓰고 있고, 위챗에 연동된 미니프로그램(小程序·샤오청쉬)만 100만개(2019년 12월 기준)를 넘어섰다. 샤오청쉬 이용자는 일일 3억명. 쇼핑·금융·배달·교통·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일상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위챗 생태계 내에서 이뤄진다. 지난 9일 위챗이 발표한 '위챗 데이터보고서(2019 微信年度据告)를 통해 중국인의 모바일 라이프를 살펴봤다.

위챗(微信)은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중국인들은 온라인으로 가는 시작점을 포털 대신 위챗으로 삼는다. 정원엽 기자


중국판 인스타에 해외 태그 1위 서울

[2019 위챗데이터보고서]

위챗 내 미니프로그램 '펑요췐'은 중국 젊은이들의 인스타그램이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야 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대신 쓰는 중국산 SNS다. 위챗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펑요췐에서 가장 많이 태그된 해외 지역은 '서울'이었다. 태그가 많이 된 도시는 1위 서울, 2위 오사카, 3위 제주도, 4위 방콕, 5위 싱가포르 순. '제주도'도 3위에 올랐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해외여행지로 선호하는 도시들이 꼽혔다. 중국 내에선 광저우, 베이징, 선전, 상하이, 청두 등 주요 대도시가 많이 태그됐다.


위챗 유행어 "너무 힘들어", "996"...팍팍한 현실
젊은 세대의 유행어는 디지털 세대의 특징을 잘 담았다. 줄임말이나 문법적 오류도 유행이 되면 많이 쓰였다. 위챗 10대 유행어 1위는 '워타이난러(我太难了)'였다. "나 너무 힘들어"라는 의미로 인터넷 방송에서 한 BJ가 "너무 힘들다"고 울며 말한 것이 공감을 사면서 유행어가 됐다. 난(难) 대신 발음이 비슷한 남(南)을 대신 쓰기도 한다.

위챗 데이터 보고서 내의 10대 유행어. [2019위챗데이터보고서 발췌]

2번째 많이 쓰인 '샤오지에지에(小姐姐)'는 젊고 예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 유행어 '훈녀'와 비슷한 의미다. 남자를 지칭하는 말은 샤오가가(小哥哥). 3번째는 긍정적인 힘을 뜻하는 '정넝냥(正能量)'이다. 중국 정부가 밝고, 긍정적인 사회를 강조하며 유행어가 됐다. 중국 CCTV는 방탄소년단(BTS)을 소개하며 '정넝냥'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4번째는 '996'이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의미다. 중국 IT 업계의 초과근무로 인해 생긴 유행어다.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이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과거 중국 스타트업과 IT 업계의 노동 규칙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엔 '996.ICU(996룰을 지켜 일하면 병원 중환자실에 간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반감을 사고 있다.

5번째는 '포시(佛系)'로 '불교계'라는 뜻이다. 한국의 N포세대,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비슷한 의미다. 희망없이 상실감이 팽배한 지금 세대들의 모습을 지칭하는 말이다. 6번째는 단선고우(单身狗)로 '독신 개'라는 의미다.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자조적으로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다음은 '위니우과( 雨女无瓜)'로 '너와는 상관없다'는 뜻의 '위니우관(与你无关)'과 발음이 비슷해 생긴 신조어다. 중국 예능에서 진행자가 잘못 이야기한 것을 사람들이 재미로 사용하다가 신조어가 됐다. 닝멍징(柠檬精)은 '레몬정'이라는 의미로 마음이 쓰리고 시다는 의미를 담았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는 뜻이다.

영화 유랑지구의 장면. 중앙포토

'잉허(硬核)’는 '매우 강하고', '놀랍다', '기세가 사납다'는 뜻. 지난해 개봉한 중국 SF영화 ‘유랑지구’를 '잉허SF'라고 표현하기 시작하며 유행어로 등극했다. 마지막 10위는 투어투어더(妥妥的)로 '확실하다','문제없다'라는 표현으로 중국 동북지방 방언에서 유래했다. 중국 청년들이 "나만 믿어, 알아서 처리해줄게"라는 의미로 자주 쓴다.


대륙의 관심 뉴스 '노트르담 성당'이 왜 2위?

2019 위챗데이터보고서가 꼽은 중국 인기 뉴스 검색. [2019 위챗데이터보고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뉴스는 1위가 블랙홀, 2위는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3위는 '소흑제악(掃黑除惡, 흑은 쓸어버리고 악은 제거하자)'이 올랐다. 블랙홀은 지난 4월 중국 등 전 세계 7개국이 8개의 전파망원경을 모아 블랙홀 관측에 최초로 성공하면서 중국인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도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프랑스가 아편전쟁 당시 청 황실의 여름 궁전 '위안밍위안(圓明園)'을 불태웠던 사건이 회자되며 일부 네티즌이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됐다. 중국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유일한 외국 국가다. 3위로 꼽힌 '소흑제악'은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사회정화 운동으로 공직자비리, 조폭, 도박 등 여러 부정부패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주목받았다.

2019년 9월 개장한 세계최대 규모의 베이징 신공항. [사진 민항자원망]

4번째는 9월에 문을 연 베이징 다싱(大興) 신공항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중국 국경절 70주년'이 5위에, 신 실크로드경제권을 의미하는 '일대일로( 一帶一路)'가 6위에 올랐다. 7번째로는 중국여자배구(中國女排)가 꼽혔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딴 중국여자배구 대표팀의 스토리는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8위는 슈퍼 문, 9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 대도시부터 시행된 쓰레기 분리수거(垃圾分类)가 올랐다. 마지막 10위로는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제작자로 유명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貝聿銘)의 작고 소식이 꼽혔다. '최후의 모더니즘 건축가'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향년 102세로 사망했다.


남자는 '일'과 '게임', 여자는 '음식'과 '감정'
위챗 보고서는 중국의 남녀·세대 간 차이도 분석했다. 위챗 사용자들은 점심시간 직전과 퇴근 후에 가장 활발하게 위챗을 사용했다. 남성 사용자는 위챗 내 SNS에 '일','게임'과 관련된 언급을 많이 했다. 여성 사용자는 '음식','감정'과 관련된 내용을 올렸다. 콘텐트 소비량은 오후 9시부터 급증했다. 젊은 세대는 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시청했고, 중년 사용자는 육아나 교육과 관련된 콘텐트를 읽었다. 젊은 여성들은 위챗 내 미니프로그램에서 주로 e커머스 관련 사용량이 많았고, 중년 여성들은 에어로빅이나 댄스 등 엔터테인먼트 사용량이 많았다.


'배달 앱 천국' 중국, 주말엔 100걸음도 안 걷는다

[2019 위챗데이터보고서]

주말엔 위챗 사용패턴이 달라졌다. 음식 배달 미니앱 사용이 주중에 비해 93%나 늘었고, 쇼핑 미니프로그램 사용량도 주말에 53% 증가했다. 위챗이 수집한 중국인의 평균 걸음 수는 6932걸음인데 주말이 되면 활동량이 확 줄어든다. 금요일이 가장 많이 걷지만 일요일은 평소 절반 수준의 활동량을 보였다. 주말에 100걸음 미만 걷는 사용자들도 1200만명이나 있었다. 100걸음 미만 걷는 사용자 중 64%는 여성, 36%는 남성이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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