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낙연 연설문' 쓴 민간인, '비선 논란'에 아예 특채로

현일훈 2020. 1. 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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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연설문의 '외부 민간인 작성'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를 이후 국무총리실이 아예 특별 채용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국무총리실 별정직 채용현황(2017년 5월~2020년 1월)에 따르면 민간인으로 총리실 주요 회의에 참석하면서 총리 연설문도 작성했던 A씨는 2018년 11월 6급 별정직으로 공보실에 채용됐다. A씨는 현재 5급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본청으로 걸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총리 연설문 외부 작성 논란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불거졌다. 당시 국무총리비서실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답변에 따르면 총리실은 A씨에게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약 10개월간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 사례금 및 회의 참석 교통비 지급’ 명목으로 980여만 원을 지급했다.

A 씨는 방송사에서 시사 고발, 교양 프로그램 등의 대본을 썼던 방송작가 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멘토단에 합류했고, 2017년 대선에서도 문 후보 공개 지지 선언 예술인 중 한명이었다.

총리 연설문 작성은 총리실 산하 소통메시지 비서관실 담당이다. 비서관과 직원 5명이 배속돼 있다. 그래서 2018년 당시 국감에선 "총리실이 외부 작가에게 추가로 약 1000만원의 예산을 써가며 연설문을 작성한 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한국당은 총리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보안 사항이 외부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꼬집으며, A씨를 '비선 실세'라고 공격했다. “최순실이 연설문을 고쳤다고 탄핵까지 당했다”(김진태), “비선이 아니라고 하는데 끼리끼리 하는 게 비선”(김선동)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적정수준에서 민간인 아이디어와 정서 등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용진)고 반박했다. 당시 국감장에 출석한 배재정 총리비서실장은 “총리 연설은 언론사 행사나 기념사 정도”라며 “최순실 사태와 엮어 말하는 건 도저히 동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자격 없는 외부인에게 연설문 작성을 맡긴 것을 문제 삼으니, 이낙연 전 총리는 그걸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아예 특채를 해버리는 뻔뻔함을 보였다"라며 “공직자마저 측근 챙기기로 일관하는 게 현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이고 정의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A씨의 특채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당시 결원이 생겨서 (A씨를) 채용하게 되었다. 채용 당시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해명했다.

상임고문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민주당 복귀는 6년 만이다. [중앙포토]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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