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0호 인재 사법농단 고발 이탄희..'법복 정치인' 논란

정진우 2020. 1. 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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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에게 당원교과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이른바 '사법 농단'의 시발점이 된 이탄희(41)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10호 인재로 영입됐다. 민주당이 4·15 총선을 위해 숫자를 붙여가며 영입한 인재 중 법관 출신은 그가 처음이다.

이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냈다. 그의 항의는 대법원이 상고법원과 정권 편의를 위한 판결을 거래하려고 했다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 변호사는 19일 영입 기자회견에서 “재야에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한계를 느껴 제도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평범한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영입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삼고초려'가 있었다고 한다. 두 차례의 영입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그는 “억측과 모함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공익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은 분"(진중권) 같은 비판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사법개혁이라는 목표만을 위해선 국회 밖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점도 정치 입문을 고사한 이유였다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후 법복을 벗은 그는 법무부의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랬던 그가 정치 입문을 결심한 건 ‘국회 밖 활동’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지금으로써는 (사법 개혁을 위해) 제도권에 다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1대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민주당의 핵심 과제로 삼아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흔쾌히 응낙하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스1]

이 변호사가 입당을 결심한 시점은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첫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 13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가장 먼저 나온 법원의 판결이었다. 당시 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번 판결이 사법개혁의 흐름에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대법원장의 무책임함, 20대 국회의 기능 실종이 빚어낸 결과”라고 썼다.


우려·기대 교차하는 '법복 정치인'
이 변호사는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으로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의석수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 변호사의 경우 청년·여성·장애인 등 비례명부 상위 순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선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법농단 고발→정계 데뷔’로 이어지는 이 변호사의 행보에 대해선 응원과 우려가 공존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 2년간 이탄희 변호사가 사볍개혁을 위해 보인 행보만으로도 그의 진정성은 인정해야 한다. 빠르고 효과적인 사법개혁을 위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법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욱도(사법연수원 31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17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하신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며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루어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예정인 이수진 부장판사. [중앙포토]

실제 이 변호사 외에 사법농단 국면에서 양승태 대법원을 비판하던 최기상·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사표를 냈다. 이 전 판사는 ‘법복 정치인’이란 비판에 대해 “판사도 다른 시민과 똑같은 정치적 동물”이라며 “법원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의 민주당 관계자는 “이탄희 변호사에게 처음 영입 제안을 할 때부터 사법농단 국면을 고발한 인물을 데려오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부담이 당내에서도 있었다”며 “사법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지만 이탄희·이수진처럼 사법농단 국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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