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어려워야 국가 경쟁력 키운다?.."현장 모르는 소리"

정동훈 2020. 1. 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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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수학포기자, 수포자를 양산하는 우리의 수학교육 실태를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학계에서는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수학을 더 많이 배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큰데요.

그 속사정을 정동훈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대치동 학원가.

한 곳에 서서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수학 전문학원'만 6곳입니다.

'수학 클리닉'이란 간판도 눈에 띱니다.

[김성수/중학교 수학 교사] "'클리닉'이 병원이잖아요. 그러니까 수학을 못하는 거는 병원 가서 고쳐야 된다는 의미가 일상적으로 그냥 쓰이는 건데, 수학을 못하는 걸 병으로 보는 건가 우리 사회가…"

학원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한 두명 빼곤 전부 수학 문제만 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단 수준이 쓸데없이 높은 거 같아요. 너무 깊게 배우고 범위도 너무 넓은 게 아닌가…"

학생, 학부모들은 지금도 수학이 너무 배울게 많아 힘들다고 하는데, 학계는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014년 교과서에서 빠진 '행렬'도 다시 넣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행렬'까지 가르칠 순 없다는 겁니다.

[금종해/대한수학회장] "인공지능이니 데이터사이언스니 다 행렬이거든요. 그 개념 없이는 뭘 할 수 없으니까. 고등학교 교육이 약해졌으면, 대학에서 뭔가를 해야되는데, 또 대학교육은 아직 거기 따라가서 변화가 아직 안돼 있는 상태에요."

수학교육과 교수인 국회의원, 과기부 장관까지 '행렬' 교육에 가세합니다.

[박경미 의원/전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AI의 핵심인 머신러닝을 다루는 구글의 텐서플로요. 그건 행렬을 확장, 일반화시킨 것인데요. (우리는) 2014년 이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는 행렬을 배우지 않습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전 서울대 공대 교수] "이런 과학과 수학에 대한 교육이 훨씬 더 강화되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반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작년엔 교육부가 기하학을 수능에서 빼겠다고 발표했다가 수학계와 이공계의 거센 반발로 없던 일로 하겠다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최수일/수학교육연구소장] "과학계는 한림원이라는 데가 있어요. 국가 원로 기구잖아요. 다 들고 일어나서 거기 전임 장관들도 있고, '기하 벡터가 21세기 AI(인공지능)나 4차 산업에 아주 최고 중요한 과목이다'…"

실제로 교과서 변경을 좌지우지하는 교육과정 개발연구 참여자 명단을 보면 발언권을 가진 책임자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들입니다.

교사들도 일부 참여하지만, 실무진들입니다.

[연구과정 개발 참여교사] "교수님들이 말하면 교사들이 거기에 발언권을 가지지는 못하는 거고, 팀장 교수님의 의견에 따라서 교사들이 움직여주는…"

이렇게 한국 수학 교육을 결정하는 수학계 교수들은 수포자 때문에 수준을 낮춰선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금종해/대한수학회장] "(수포자) 진로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그것이 맞는 정답이지 걔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공부 잘 할 수 있는 애들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거는 정답이 아니라는 거죠.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일이지."

하지만 어려운 수학을 모든 학생에게 강요할 게 아니라 대학이 전공에 필요한 부분을 가르치면 될 일이란 반론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최수일/수학교육연구소장] "모든 애를 위한 수학과 그 전공에 필요한 수학의 차이죠. 행렬도 AI 할 애가 필요하다면 AI할 애가 한 달이면 하는 거예요. 그거(행렬)를 모든 대한민국 고등학생 50만명이 다 할 필요 없다는 거죠."

초중등 공교육 수학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래서 뭘, 얼마큼 가르쳐야 하는 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생각까지 다양하게 반영되려면, 현재 수학 교수들이 중심이 된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백승, 김우람 / 영상편집 : 김재환)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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