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 넥타이 공장의 목을 죄다
공장 대표들 "대기업 등에서 넥타이 데이 만들어줬으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에 있는 한 넥타이 봉제공장. 지난 7일 건물 2층의 20평 남짓한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재봉틀 소리가 가득했다. 5명의 직원은 재봉틀로 실크 원단을 꿰매고 있었다. 한 사람이 10분간 재봉을 하고 상표를 다는 등 17개 공정을 거쳐 넥타이 한 장을 만들어냈다. 이날 이 봉제공장에선 납품가 1200원짜리 넥타이 700장을 만들었다. 직원 월급과 관리비 등 비용을 제하고 남는 이익금은 장당 약 200원. 입학과 졸업 시즌, 설 연휴를 앞둔 요즘은 넥타이 봉제 업계의 대목이다. 봉제공장 대표 김영식(53)씨는 "반짝 대목일 뿐 며칠 뒤면 수주받은 물량이 전부 동난다"며 "10년 전부터 노는 날이 점점 늘더니 지금은 1년에 4개월을 논다"고 했다.
국내 넥타이 봉제업계는 소멸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1990년대 300여 개에 달했던 넥타이 봉제업체는 2018년 17개로 줄었다. 이 기간 2000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는 256억원으로,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넥타이 부대'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넥타이 부대의 주력군이었던 공무원과 대기업·금융업체 직원 등의 근무 복장이 '노타이(넥타이 없는 복장)' 차림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999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최근엔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노타이'의 비즈니스 캐주얼 근무복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직후 노타이 차림으로 국무회의를 열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비서진과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회의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해 정치권에서도 노타이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다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넥타이 생산 물량을 싹쓸이해간 것이 치명타였다. 경쟁력을 잃다 보니 그나마 남은 업체들도 갈수록 영세화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김기수(54)씨는 있던 직원을 다 내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넥타이 공장을 운영한다. 그는 "일 배우고 싶다고 박카스에 부침개까지 싸들고 찾아오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장용현(60) 넥타이봉제인연합회 회장은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넥타이 데이'를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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