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공약 흑산공항, 32만→14만 이용급감 예측에도 강행

김도년 2020. 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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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수요예측 검토보고서' 입수
사업비 1883억 문 대통령 공약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도 27만명
공항부지는 국립공원 제외 검토
흑산공항 위치도. [중앙포토]


국토교통부가 2023년 건립 예정인 흑산공항 예상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예측하고도 사업을 강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흑산공항 건립은 총 사업비 1833억원 규모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전남도지사 시절 핵심 사업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 소형 공항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국토부의 사업성 검토 자료가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보류(2016년11월), 자료 보완(2017년7월, 2018년2월) 등을 반복하다 2018년 10월 잠정 중단됐다.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 공항 예정 부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해 공원위 심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작성한 '흑산도 소형공항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문건에는



본지, 국토부 흑산공항 보고 문건 입수
19일 중앙일보는 국토부가 지난달 작성한 '흑산공항 현안사항 검토보고'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국토부가 부정적·낙관적 상황 등 8개 시나리오로 공항 이용객 수요를 예측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2013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결과보다 이용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부정·낙관 모든 시나리오서 이용객 급감
정부는 예타 당시 공항 통행량은 2020년 64만8000건에서 2050년 95만5000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집계한 해운조합 통행량 데이터를 적용해 다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1'의 예상 통행량은 올해 21만7000건, 2050년 27만4000건에 불과했다. 예타 전망보다 각각 66.5%, 71.3% 감소한 수치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8'에서도 올해 예상 통행량은 53만7000건으로 예타 전망보다 17.1% 줄었다. 중간값에 해당하는 '시나리오4'에서도 올해와 2050년 예상 통행량은 각각 28만7000건, 38만1000건으로 예타 전망치 대비 55.7%, 60%씩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부 분석 결과가 예타 시점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흑산도 통행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타 때 활용한 데이터(1991년~2020년) 상 연평균 통행량은 62만건이었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통행량은 42만건으로 감소했다. 국토부는 세월호 사태(2014년)와 메르스 사태(2015년), 흑산도 섬마을 성폭력 사건(2016년) 등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요 예측 결과가 30% 이상 차이가 나면 기획재정부의 사업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올 1월 현재 기재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하진 않은 상태다.

흑산공항 건설 계획. 그래픽=김영옥 기자

이 같은 수요 예측에 따르면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도 과거와 달라진다. 흑산공항은 예타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은 4.38이 나왔다. 이 수치가 1이 넘으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지난달 분석에선 시나리오1의 경우 이 수치는 0.78을 기록했다. 시나리오4에서도 이 수치는 1.04에 그쳐 예타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최대한 낙관적으로 전망(시나리오8)해도 이 수치는 2.55에 그쳤다.
게다가 과거 경제성 분석을 할 때 사용된 기초 자료는 편도·왕복 개념을 혼동한 신안군 취합 자료를 활용한 것이란 지적이 있는 상태다. 공항 사업의 핵심 3요소인 경제성·안전성·환경성 가운데 사업 추진의 명분이었던 경제성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흑산공항 시나리오별 항공수요 예측 결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환경부는 총리실에 "실효성 의문" 보고
흑산공항 승인을 둘러싸고 부처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2018년 7월 이 공항의 경제성 문제 등을 국무총리실에 보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환경부 총리실 보고사항(2018년 7월12일)' 문건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는 잦은 해무로 흑산도의 항공기 결항률(20%)이 선박 결항률(14%)보다 높아 지역 주민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 사업 목적으로 '지역 교통복지 증진'을 내걸었지만, 환경부는 이와 사뭇 다른 의견을 총리실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특감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은 "2018년 9월 이인걸 전특감반장 등이 '환경부 장관이 흑산공항을 반대하니 사표를 받아야 한다. 장관 감찰보고서를 써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흑산공항 관련 환경부의 총리실 보고사항.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토부, 공항 부지 공원 구역서 빼고 추진
국토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400% 증액(10억→50억원)한 만큼 흑산공항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편성 예산을 쓰지 않으면 국회·기재부 등으로부터 예산 집행률(2019년 집행률 28.6%)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환경부와 논의해 공항 예정 부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예정 부지가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되면 공원위 심의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환경부 등 다른 부처 설득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흑산공항의 경제성·안전성·환경성에 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공원위 심의를 피할 방안부터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흑산공항 건설사업 추진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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