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생각날 땐?" 10년전 이낙연은 왜 물었나
“헤어진 연인이 가장 생각나는 때는 언제인가” 이낙연 전 총리가 18대 국회의원이던 2010년 6월 5급 비서관 면접 자리에서 던진 유일한 질문이다. 지원자 셋이 모두 할 말을 잃은, 중진 의원의 돌발 질문이었다. 이 전 총리는 왜 이런 문제를 냈을까.
“혹시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테스트해 본 것은 아닐까요” 당시 면접에서 합격한 양재원 전 총리실 민원정책팀장은 출제자 의도를 10년 만에 이렇게 가늠해 공개했다. 내달 출간을 준비 중인 책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가제)에서다.
글을 쓴 양 전 팀장은 지난 14일 민원정책팀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10년 가까이 이 전 총리를 가까이서 보좌했다. 곁에서 본 그에 대한 단상과 기억을 모아 책을 펴내기로 한 것이다. 양 전 팀장은 “(이 전 총리의) 국회의원 14년, 도지사 3년, 국무총리 2년 반 동안 가까이서 보좌했던 사람들을 30명 가까이 따로 만나 증언과 사례를 보충했다”고 밝혔다. 저자 한 개인의 기억과 시선에만 의존한 서술은 아니란 뜻이다.
이 전 총리는 그동안 『80년대 정치현장』 『세상이야기』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 『어머니의 추억』 등을 직접 펴낸 적은 있지만, 주변 인사가 관찰자 시점에서 이 전 총리의 정치 역정을 책으로 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4ㆍ15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이낙연’을 다룬 책이 출간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선 “이낙연 바람몰이의 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당선돼 대선 주자 위상을 확실하게 굳히기를 원할 것”이라며 “이낙연을 다룬 책이 서점가에 나오면 이낙연 바람을 더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출판 작업은 이 전 총리 최측근 등 극소수에게만 알린 채 진행됐다고 한다. 총리 재임 시절 이 전 총리를 보좌한 한 인사는 19일 통화에서 “책이 나오면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는 만큼 사전에 출판 계획을 최대한 보안에 부쳤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도입부 초고를 살펴보면, 책은 정치인 주변에서 흔히 나오는 ‘용비어천가’와는 결이 다소 달랐다. 양 전 팀장은 “글을 쓰면서 사전에 검열받거나 기획하지 않았다. 최대한 포장이나 과장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하자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양 전 팀장은 책에서 이 전 총리를 ‘총리님’ ‘의원님’ 등의 존칭을 쓰는 대신 ‘NY(낙연)’로 적었다.
깐깐하기로 소문나 ‘이 주사(실무를 주관하는 6급 공무원 직급)’란 별명을 가진 이 전 총리를 ‘뒷담화’하는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NY에게는 자신의 삶(사생활)이 없다. 나는 도무지 이렇게 살 자신이 없어 내 이름으로 된 정치는 꿈꾸지 않게 됐다”고 한 대목이 있다.
‘츤데레(쌀쌀맞게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 이낙연’ 같은 소제목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총리의 경쟁력 비결을 전했다. 7남매 중 장남, 사법고시 포기 등 이 전 총리의 배경에서 나온 ‘흙수저 감수성’도 서술했다. 이 전 총리가 부인(김숙희 여사)과 결혼 전 소개팅하는 자리에서 꺼낸 첫 대화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은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실은 제 가족이 그렇다”였다는 일화도 있다.
일 중독인 NY의 저력은 겸손과 감동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양 전 팀장은 초고에서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사고파는 장사”라며 “장사꾼이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하듯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전 총리에게 배웠다”고 밝혔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책 추천사에서 “전형적인 잘난 사람의 잘난 이야기인데, 묘하게 재밌어서 아직 다 쓰지도 않은 원고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외수 작가는 역시 추천사에서 “이낙연은 가장 위태로운 시대에 가장 안정된 정치를 보여준 정치가”라고 평했다.
이 전 총리가 10년 전 비서관 면접 때 던진 질문(헤어진 연인이 가장 생각나는 때)의 정답은 뭐였을까.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었을 때라네.”
양 전 팀장은 이 전 총리의 나지막한 음성에 “정답을 알고도 답을 못한 바보같음을 후회했다”고 적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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