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상갓집 추태' 낙인 찍힌 그 검사 "좌천 감수하겠다"

박태인 2020. 1. 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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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무혐의 '양석조·심재철 충돌'에 추미애 공직기강 언급
검사들 "이젠 말도 못하나, 징계하면 납득 못한다"
양석조 대검 반부패선임연구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장관의 기소 여부를 둘러싼 현직 선후배 검사간의 의견 충돌을 '상갓집 추태'라 규정하며 공직기강을 언급했다. '조국 무혐의'를 주장한 직속 상사에게 지난 주말 한 상갓집에서 항의했던 해당 검사는 동료들에게 "좌천 인사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추미애 징계권 시사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 상가(喪家)에서 양석조(47·연수원 29기) 대검 반부패선임연구관(차장급)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51·연수원 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급)에게 "네가 검사냐""네가 조국 변호인이냐"고 항의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20일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은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을 세우겠다"며 징계권 발동도 시사했다.

양 선임연구관은 이날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주변 검사들에게 "좌천 인사 발령을 감수할 것"이라며 "어디를 가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검사들은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양석조가 아니라 사건을 덮으려 한 심재철"이라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번 항의 사태에 당사자 중 한명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모습. [뉴스1]



檢징계위원회는 장관 주도
추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조국 무혐의 주장에 대한 양 선임연구관의 항의를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장삼이사도 하지 않은 부적절한 언행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양 선임연구관에 대한 징계 여부에 "입장문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징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가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징계가 가능하다.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검사 징계위원회는 추 장관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모두 장관이 지명하는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장관이 사건을 키우며 양 연구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봉이나 견책까지도 검토할 텐데 검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이젠 말도 못하나"
실제 현직 검사들은 이날 추 장관의 입장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무부 파견 검사들 사이에서도 "검사가 이젠 상갓집에서 말도 못하냐"는 답답함이 터져나왔다. 검찰 내부의 여론은 심 부장보다 양 연구관에게 좀더 우호적인 상황이다. 서울 소재 검찰청의 한 현직 검사는 "심 부장이 부임한 지 일주일도 안돼 이미 영장까지 청구된 사건에 무리한 개입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1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지원단에 파견됐던 심 부장은 지난 8일 윤석열 사단 물갈이 인사에서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다 부산 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한동훈(47·연수원 27기) 검사장의 후임으로 오게 된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한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도 심 부장의 검토 사건이었다.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건 기록은 보셨습니까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조 전 장관 기소 전 대검에서 열린 최종 회의에서 심 부장은 무혐의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엔 지난해부터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했던 동부지검의 부장·차장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양 선임연구관, 심 부장 등이 배석했다. 당시 윤 총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조 전 장관의 기소를 주장해 심 부장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선 심 부장에게 "사건 기록은 제대로 보시고 하는 말씀이냐"는 말까지 나왔다.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법원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우리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의 공정한 기능의 행사를 저해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의 불기소 의견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양 선임연구관 입장에선 정말 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검사장은 "심재철이 정권에 잘 보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처럼 법무부 검찰국장→중앙지검장 임명을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영전 불명예스럽다
추 장관이 양 선임연구관에 대해 징계권을 발동할 경우 검사들이 추 장관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중앙일보에 "최근 검사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영전하는 것은 불명예스럽다는 분위기"라며 "검사장에 올라갈 것으론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너무 좋은 자리에 계셔 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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