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부양대상 아냐"..폼페이오·에스퍼 기고에 日이 긴장하는 이유

정다슬 2020. 1. 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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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년 3월 방위비 분담 근거인 협정 만기
미·일 안보동맹 60주년 기념사 트럼프-아베 온도 '차'
"트럼프, 필요할 때만 동맹찾아" 불만 커져
△19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미일 안보동맹 60주년’ 기념행사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은 동맹국이지 부양가족이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한 기고문이 일본에서도 연일 화제다. 신문은 물론, 방송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한·미 방위비 협상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역시 곧 미국과 방위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다. 일본은 5년에 한 번씩 주일 미군 경비(일본 명칭 : 배려예산)를 책정하는 협상을 하는데 내년 3월 특별협정이 만료된다.

이미 미국이 일본정부에 방위비 4배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이어지는 등 일본 역시 미국의 방위비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일본이 한·미 방위비 협상을 남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美, 日에 방위비 4배 증액 요구

산케이신문은 20일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6번째 협상이 결렬된 것을 지적하며 “일본도 강 건너 불 구경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미국은 일본 측에 다양한 외교 경로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60주년을 맞은 미·일 안보동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성명이다.

지난 19일 60주년을 맞은 미·일 안보 동맹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 아베 총리는 “미·일 안보조약은 불멸의 기둥,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보장하는 부동의 축이다”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상대방에 대한 상호안전보장에서의 일본의 공헌은 앞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의 방위비 부담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미·일 안보 조약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불평한바 있다.

또한 모건 오터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 납세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이미 일본 정부에게 방위비를 현재보다 4배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해 7월 일본과 우리나라를 잇따라 방문했을 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커지는 미·일 동맹 불만 속…日도 억지력 가져야 목소리 커져

일본은 미·일 동맹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혜택이 아닌 상호호혜적인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일본인들의 인건비나 광열비 등 본래 미국이 부담해야 할 항목까지 부담하고 있으며 2004년 미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미군 주둔 경비 부담비율은 70% 이상으로 한국과 독일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설명이다.

아베 내각의 대미 외교정책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친분을 과시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때만 아베 총리를 찾을 뿐 일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추가관세에 대한 ‘사실상’ 면제권을 얻어냈다는 아베 내각의 설명과는 달리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 협상해보겠다고 했을 뿐”이라고 밝힌 것이나 G7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과의 동의없이 “일본이 옥수수 25만톤(t)을 사주기로 했다”고 공언하는 등 굴욕외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후지와라 키이치 도쿄대학 교수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는 분명한 힘의 차이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반대하지 않고 굴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일 관계에 대한 불만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도 “일본도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지킬 의무가 없는데 일본은 미국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불평등’(미·일 안보조약 제5조)이 미국이 일본에 대한 방위비 부담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라면 이 조항을 개선, 일본이 유사시 위험을 더 지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일 안보조약과 관련해 “일본은 미국이 공격받아도 전혀 우리를 도울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미·일 안보 60주년을 막아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최신예 중거리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배치 등 일본도 ‘창’의 역할을 일부 짊어질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미·일 간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국제안보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있는 자체 안보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전략적 자율성)이 일본 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격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을 감지하며 한국 역시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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