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비상]사망률 아직 낮지만 전파속도 사스보다 빠르다

이정아 기자 2020. 1.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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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치료제 없어 초기 대응과 방역 중요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발생한 바이러스성 폐렴 감염자가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국내외 보건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우한 폐렴을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은 인천공항검역소에서 우한시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을 검역하던 중 발견됐다. 18일부터 고열과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났으며, 우한 폐렴 첫 발생지인 화난수산물시장에 방문하거나 확진 환자, 또는 야생동물과 접촉한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이 환자와 같은 항공기를 탔던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검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약 8~1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간 동안 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면, 열감지기에 확인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항을 빠져나온 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우한 폐렴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질환의 전염 패턴은 대개 피라미드 형태로 나타난다"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가장 밑변처럼 많고, 중간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피라미드의 중간처럼 무증상자보다는 적으며,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피라미드의 꼭짓점처럼 소수"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입국 시 검역단계에서 확인되는 환자는 이 피라미드 꼭짓점에 해당하는 증상이 매우 심각한 사람"이라며 "잠복기간에 입국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항 밖에서도 감염자가 있을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이 첫 발생했을 당시 전문가들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달리, 사람간 전파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 내와 일본 등에서 화난수산물시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우한 폐렴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금은 사람간 전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주말 사이에 중국 내에서도 환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확진자가 201명이 됐다"며 "이번 폐렴이 사람간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 치료제 없어

중국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일각에서는 이번 우한 폐렴이 사스나 메르스처럼 대유행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가 204명, 사망자가 3명 발생했는데, 이 자료만 봐서는 2003년에 대유행했던 사스와 비교했을 때 전파속도는 빠르고 사망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노약자에 까지 확산될 경우 사망자 수는 더욱 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우한 폐렴 발생자가 더욱 늘어날 것에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일반 감기 증상을 나타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다"며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정보 분석으로 진단방법이 확립된 만큼,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 대해서도 조기 진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해서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으므로 보존적인 치료만 가능하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수액 투여와 2차 세균감염을 막을 항생제 투여, 심한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항염증제 투여, 호흡곤란이 나타난 환자에 대해서는 인공호흡기를 다는 등 치료가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국내에서 우한 폐렴 감염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국내 우한 폐렴 환자를 조기발견하고 지역 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와 의료계, 민간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환자감시체계 강화와 의심사례에 대한 진단 검사, 환자 관리를 강화하는 등 24시간 비상대응체계 확대를 가동 중이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30초 이상 손 씻기, 특히 최근 14일 이내 중국 우한에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리기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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