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갓집 항명'에 징계 예고한 秋.. 중간간부 물갈이 빌미 잡나

조상희 2020. 1. 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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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무혐의'가 불붙인
검찰내분 최고조 치닫아
檢 "부적절했다" 인정하면서도
"법무부, 검찰을 하청기관 취급"
법조계 "대놓고 정권미션 수행"
조국 사건과 관련해 직속상관인 검사장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지난 18일 상갓집에서 발생했다. 20일 부하 검사에게 항의를 받은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왼쪽 세번째) 등이 서울 반포대로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간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 처리를 놓고 새로 부임한 직속상관 검사장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한 일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태"라며 징계를 예고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일회성 징계보단 이번 사건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법무부의 정권겨냥 수사 차단에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절제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공직기강 질타… 尹 리더십 시험대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오전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간부들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왔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동료 검사의 장인상 장례식장에서 차장검사인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47·사법연수원 29기)이 검사장인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51·27기)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 등의 반말로 항의한 것에 따른 장관의 경고다.

심 부장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참석한 검찰 수뇌부 회의에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된 조 전 장관 기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심 부장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심 부장은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검 연구관에게 무혐의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이 양 선임연구관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징계로 이어질 경우 '수사팀 흔들기'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과 동요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윤 총장으로선 내분 수습이란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수사외압 시도가 근본원인

검찰 안팎에선 양 선임연구관이 이번 행태가 적절치 않았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를 촉발한 원인과 해결책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동일체 문화가 남아 있는 검찰에서 오죽했으면 상사에게 따졌겠느냐는 동정론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조국 사건 원점 검토 의견은) '검사는 검사다'라는 윤 총장의 신념과 기대와도 상충하는 것으로 수사기관인 검찰을 마치 법무부 하청기관 따위로 여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심 부장이 기록과 증거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기소에 부정적 의견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그래도 최근 검사장 인사에 수사팀 해체가 목적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놓고 정권의 미션을 수행한 것이라면 훗날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절제된 수사가 아닌 절제된 인사권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기강해이도 문제이지만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수사팀 와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후배들의 수사를 격려하고 다독여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부 인사처럼 준사법부인 검찰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결국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지 말라는 분명한 경고와 함께 권력에 순응하면 요직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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