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서울 아파트 용적율 올려 고층 개발해 공급 확 늘려야"

장세정 2020. 1. 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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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비판한 '유튜버' 오세훈의 폭등 집값 해법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부정하니
집값 폭등, 주거환경 10년 정체돼
1~2인 가구 살 주택 턱없이 부족
고밀 개발하게 도시계획 바꿔야
도시재생으론 주택 공급 안 늘어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위헌적 발상
박원순(왼쪽) 서울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오세훈 전 시장이 최근 유튜브 '오세훈TV'에서 작심 비판했다.

주택 거래를 사실상 막다시피 해 반시장적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20일부터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집값 폭등의 여진 와중에 신학기를 앞두고 이번엔 전세대란 조짐까지 우려된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 하지만 2011년 이후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재임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 폭등의 책임을 투기 세력의 사재기로 돌리고, 주택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강변하더니 자신에게는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고 불만도 토로했다.

오세훈TV, 박원순 정책 비판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의 전임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근 유튜브에 '오세훈 TV'를 개설하고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그동안 서울 시정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피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집값이 계속 폭등하자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3종 세트'를 대책으로 가장 먼저 제시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설득해 주택법 개정을 끌어냈다. 법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런 경험이 있는 오 전 시장이 요즘 생각하는 집값 대책이 궁금해 지난 18일 녹화 현장('변호사 오세훈 법률사무소')를 직접 찾아갔다.

분양가상한제와 서울 집값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 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박원순 서울시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의 주거 및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보나.

"어느 시장이든 취임하면 강남·북 균형발전을 가장 큰 과제로 선정한다. 뉴타운 정책은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할 수 있는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이다. 그런 정책을 박 시장이 집 장사로 잘못 이해하다 보니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대상 1300구역 중 사업 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던 610개 사업지를 재검토하겠다고 결정했다. 그 결과 서울의 주거환경이 근 10년째 정체 상태에 빠졌다. 당초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꾸준히 이뤄져 왔다면 지금 같은 집값 폭등과 주거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를 핵심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급 부족 의견은 과장됐고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의 주택 공급은 정말 충분한가.
"박 시장 재선 이후 2014~2019년 7만 8000호가 공급됐다고 서울시는 주장했다. 2017년 기준으로 재개발·재건축으로 철거된 집이 5만호다. 2017년 기준 순증은 2만여 가구뿐이다. 공급량은 10년간 최저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돼 앞으로 5~10년 뒤에는 더 심각한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재앙 수준으로 폭등할 수 있다는 거다."
-주택 시장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
"주택보급률만 보면 마치 공급이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 공급이 충분하다는 의미는 다르다. 실수요자들이 필요로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실제 공급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현실을 모르고 공급이 충분하다는 말을 겁 없이 할 수 있는 거다. 1~2인 가구가 50%(2018년 기준 전체 가구의 54.7%)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그런데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대부분 18~34평으로 1970~80년대 4인 가족을 상정해 지은 거다. 여기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

도시재생으로는 주택 공급 안 늘어
-새로운 주택 수요를 감당할 땅이 부족한데.

"그래서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해지는 거다. 결국은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으면서 거기에 1~2인 가구가 들어가 살 아파트를 많이 짓는 수밖에 없다.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그런데도 재건축· 재개발을 틀어막고 있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큰 실수 하는 거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도시재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에 이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조씩 5년간 50조원을 퍼부을 방침이다.

신혼부부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든 '서울 도시재생 이야기관'. 전국적으로 5년간 50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도시재생으로는 신규 주택 공급이 제대로 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정 기자

-도시재생으로 주택 공급이 증가하나.
"시민들에게 새 아파트 찾지 말고 동네 골목길에 벽화 그려 드릴 테니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그냥 계속 사시라는 정책이 바로 도시재생 사업이다. 땅값이 비싸 주차장 만들면 예산이 다 나간다. 문제는 도시재생으로는 주택 공급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만 쓰고 헛수고하는 거다."
-박 시장은 부동산 정책 권한이 없다고 불만이던데.
"서울시장에겐 막강한 권한이 있는데 지난 9년간 뭐 하셨는지 모르겠다. SH공사를 통해 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토지 수용권에다 용도 변경권까지 갖고 있다. 아파트를 지어 팔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택지를 싸게 팔고 분양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유도할 권한이 서울시장에게 있다. 저는 임기 중에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3종 세트를 추진했고 집값이 안정됐다."
-박 시장은 주어진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건가.
"전임 시장이 조성해준 마곡지구 같은 택지를 민간에 비싸게 팔았다. 있는 땅 다 팔아먹고 취임 1년 뒤 부채 갚았다고 생색냈다. 건설업체에 택지를 비싸게 팔면 분양 원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결국 민간업체가 비싸게 분양할 수밖에 없으니 집값이 올라간다. 하지만 공공의 발상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시장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나.
"새로 택지를 개발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면 주변 택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강력하게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헌 아파트가 평당 4000만원인데 새 아파트를 평당 3000만원에 분양하면 헌 아파트가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시장 재임 때 수서·세곡 지구에 '반값 아파트(평당 970만원)'를 공급하니 임기 중에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고 서울 전체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었다."
도시공학 박사 출신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울에도 이제 80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되 공원 등 공공용지를 대폭 늘리는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수요 억제에 치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과 달라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오 전 시장은 "황 의원이 (여당이지만) 이념을 배제하니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 저는 재임 시절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했다. 압구정 현대 등 오래된 한강 변 아파트를 허물고 지금보다 3배 높이로 짓게 해주되 특혜란 비판이 나올 테니 한강 변에 공공 용도로 땅을 더 많이 내놓게 하자는 거였다. 이 땅에 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한강 조망권을 누리게 하고, 공공기여를 고려해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주자는 거다. 땅의 효율성이 높아져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에 80층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늘려야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중층 아파트를 고층으로 재건축해야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중앙포토]

-서울시 공무원들은 고층·고밀 개발에 거부감이 강한데.
"과거의 건축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70~80년대 건축공법의 틀에 빠져 있다. 일정 토지에 고밀도로 지으면 과부하가 걸려서 반환경적이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공법과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과거에 세웠던 도시계획적 고려를 전면 재검토해 신개념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수평적으로 개발할 땅이 없으니 수직적으로 토지 이용 효율을 올려 80층 아파트 등 공급을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은 이제 도시계획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위헌적 발상
박 시장은 최근 보유세 3배 인상과 '부동산 국민 공유제' 도입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개발 이익이나 투기 이익을 환수해 그 돈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조성하고 대규모 공공임대 주택 등을 짓겠다는 취지라고 박 시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제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의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어떻게 보나.
"강남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세금으로 땅을 확보해서 공공주택 용지로 제공할 수 있겠나. 전임자가 마련해준 위례 신도시와 마곡지구 땅을 팔아먹더니 이제 와서 세금으로 땅을 사겠다니 말이 되나. 할 수 있을 때는 안 하더니 이젠 권한을 주면 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확보한 불광동 혁신 파크 부지, 강남 서울의료원 부지, 용산 땅은 서울시가 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정을 아는 사람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9년 1월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거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땜질 처방으로는 약효가 없을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려는 원초적 욕구를 억누르는 반시장적 정책은 장기적으로 먹힐 수도 없고 부동산 시장을 골병들게 할 뿐이다. 서울시는 파격적인 공급 확대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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