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동아일보

'검사 이성윤'의 거침없는 영전이 불안한 이유[오늘과 내일/정원수]

정원수 사회부장 입력 2020.01.22. 03:02 수정 2020.01.22. 05:11

이른바 '1·8 대학살'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이다.

윤석열 검찰총장(60)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모든 검사가 단 한 곳만이라도 가길 꿈꾸는 '빅3 요직'을 모두 거친 검사는 1998년 박순용 전 검찰총장에 이어 22년 만이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소통에 서툴고, 고집 세 별명이 '탈레반'
윤석열 검찰총장 등과 큰 마찰 일 수도
정원수 사회부장
이른바 ‘1·8 대학살’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이다. 윤석열 검찰총장(60)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모든 검사가 단 한 곳만이라도 가길 꿈꾸는 ‘빅3 요직’을 모두 거친 검사는 1998년 박순용 전 검찰총장에 이어 22년 만이다. 야당에선 “1년 이내에 세 자리를 모두 역임한 것은 71년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특혜 인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4∼2005년 그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했다거나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라는 것 외엔 이 지검장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검사들은 대체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만 기억하고 있거나 “알 기회가 없었다”고 답한다.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없어 부득이 같이 근무했던 전·현직 검사들과 지인들에게 물었다. “저녁 자리를 하지 않고,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으로 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벽 1, 2시까지 수사하고 늦게 귀가한 검사에게 아침 일찍 나와 공부하자고 한다. 주말에도 그렇게 하니 검사들이 좋아하겠나.” “젊었을 때 골프를 싱글까지 쳤는데, 목표를 달성한 뒤에 바로 끊었다고 하더라.”

밤늦게 술을 마시거나 또 그런 자리에서 권력층 인사를 만나 부당거래를 할 것 같은 영화 속 고정관념의 검사들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근본부터 검찰을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와는 궁합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서초동의 기류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상식 밖의 고집을 끝까지 피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이 지검장의 한 지인은 “자기 생각에 꽂히면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도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인데, 교조적인 측면이 있다. 별명이 ‘탈레반’”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12개 증권사 대표와 초단타 매매자인 스캘퍼를 기소한 일을 꼽는다. 1, 2, 3심에서 모두 무죄가 난 배경에 이 지검장의 고집을 기억하는 검사들이 아직 있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 검사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거나, 윤 총장의 의견을 반대할 경우 충돌 소지가 있다.

이 지검장이 2008년 민원인에게 흉기로 직접 피습당하고, 2012년엔 후배 검사가 성추문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한직을 떠돌아 자기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 상실감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때는 민감한 수사를 하는 일선 지검에 법률 검토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게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법무부 검찰국장 때에는 특별사면이나 검찰 인사를 맡아 현 정부의 기조를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에서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지만 정작 후배 검사들은 “예전에는 집요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의하더니…”라며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대다수 검사들은 요즘 두려운 마음으로 이 지검장의 거침없는 영전을 지켜보고 있다. 요직을 맡은 검사가 권력에 굴종하거나, 그 반대로 권력을 치받은 대가를 치르는 두 장면을 주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권력이 검찰의 힘을 제도적으로 뺏고, 정권을 향한 수사까지 원천봉쇄하려고 하는 이때 이 지검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인사의 결말이 궁금하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포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