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들어도 안가요'..중소기업 구인난 대기업의 7.8배
지난해 제조업 침체로 관련 업종 기술 인력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바이오·헬스 등 신(新)산업 분야에선 구인난이 더욱 심화했다. 관련 분야 기술 인재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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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화학, 인력난 심화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말 국내 산업기술 인력은 총 166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7000명(1.7%) 증가했다. 기업이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고 밝힌 '부족 인원'은 총 3만7484명으로 전년보다 576명(1.6%) 늘었다. 산업기술인력은 고졸 이상 학력자 중 기업에서 연구개발·기술직·생산·정보통신 업무 관련 관리자나 임원으로 근무 중인 사람을 의미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선 구조조정 등 경기 부진 여파로 기술 인력 자체가 감소했다. 조선업은 관련 인력이 전년보다 4.9% 줄어든 6만301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철강산업은 6만5289명, 화학산업은 12만6006으로 각각 전년 대비 2.2%와 1%씩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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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인력난, 대기업의 7.8배
신산업 분야에선 전체 기술 인력은 늘었지만,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쳤다. 특히 소프트웨어(SW)의 인력 부족률은 4.3%로 가장 컸다. 바이오‧헬스(3.3%), 화학(3.3%)산업의 인력 부족률도 평균치(2.2%)를 웃돌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대기업의 7배 이상이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500인 이상 대기업의 7.8배에 달했다. 300~499인 중견 사업체 인력 부족률과 비교해도 중소기업이 2배로 인력난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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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력직 선호·50대는 중소기업 기피
전체 기술 인력이 늘었는데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사업체가 많은 것은 '인력 미스매치' 현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선호하는 기술 인재 수요와 노동시장 내 기술 인력이 보유한 능력 등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의 미충원 인력(1년간 적극적으로 구인활동을 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인력)은 1만5357명으로 전년대비 6.1% 증가했다.
산업부는 또 구직자 중 50대 이상이 늘며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중소기업 취업을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은 경력직 선호가 커지면서 초임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상도 보였다. 채용인력 중 신입자 비중이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이유로 바로 현장 투입 가능한 숙련·경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18.8%)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바이오·헬스, 화학 분야 전문연구인력 양성 과정을 신설하는 등 ‘산업혁신 인재 성장지원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질적·양적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기업의 인력 수요가 대학·직업훈련기관에 곧바로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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